[국내뉴스]
<공공의 적>으로 6개월여만에 침묵 깬 강우석 감독
2004-11-12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공공의 적 2>에 감독인생 걸었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이후 6개월이 넘도록 언론 매체와 접촉을 피해왔다. 1천만명 관람이라는 <실미도>의 대성공에도 이 6개월은 강우석의 20년 영화 인생에서 힘들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시기였다. 그가 이끄는 시네마서비스가 투자 배급한 다른 영화들의 흥행이 좋지 않았던 데 따른 자금난에, 프리머스 극장 체인의 경영권을 둘러싼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이 겹쳤다. 씨제이와 분쟁할 때 다른 영화인들이 그를 지지하기보다 냉정한 태도를 보였고, 이건 대기업의 전횡으로부터 충무로를 지켜왔다는 그 스스로 자부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수 없었다. 또 10년 가까이 ‘충무로 파워 1위’ 자리를 지켜온 그의 위치를 크게 흔드는 일이기도 했다.

프리머스 경영권 싸움등 힘든 시기 ‘충무로 파워 1위’ 적잖은 상처 받아

침묵을 지키던 그가 모처럼만에 지난 10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내가 왜 극장을 가지려 하는지에 대해 후배들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내가 혼자 일을 결정해 밀고가는 스타일인데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동안 침묵했던 건 내가 떠들면 충무로가 친 강우석과 반 강우석으로 양분될 것 같아서였다. 내가 잘난 척하는, 잘나 보이는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줘왔구나 반성도 했고.” 지난 일을 전기 삼아 앞으로 더 영화 만들기에 몰두하겠다는 그는 “내년에 충무로 파워 1위에서 밀려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래도 영화를 하겠지만 맥이 많이 빠질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승부사였다.

강우석의 파워는 투자·배급, 제작, 감독이라는 세 역할이 한데 묶이면서 유지돼왔다. 특히 몇년 전부터 씨제이와 쇼박스 등 대기업의 배급 파워가 세지자 그는 <공공의 적>과 <실미도> 두편을 감독해 흥행시키면서 자기 역량의 우위를 입증했다. 올해 시네마서비스 배급 영화들의 성적 부진을 감안할 때 내년 초 개봉할 <공공의 적 2>는 강우석 파워를 다시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11월 말 촬영이 끝날 예정임에도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실미도> 같으면 기승전결이 명확해 연출이 힘들진 않았다. 이번 영화는 한 신만 늘어지면 안 볼 것 같다. 꽉 짜인 느낌이 들어야 마지막에 내가 하고 싶은 소리를, 그걸 외치든 낮게 깔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매우 긴장이 된다. 촬영장에 사람 못 오게 하고, 아는 사람 오면 가라고 한다.”

<공공의 적 2>는 설경구가 강력부 검사로, 그와 맞서는 정준호가 재벌로 나온다. 강우석 감독이 ‘하고 싶은 소리’는 우리 사회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이다. “2편의 ‘적’은 육체적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비뚤어진 사고를 하는 이다. 가진 자가 사람을 무시하고 짓밟는, 그런 인물이다. 살기 힘들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진짜 적이 누굴까. 또 권력이 돈 앞에 얼마나 비굴할까. 이 영화는 손님 끌려는 게 아니고 내 의식, 내 사고를 담았다. 가장 하고 싶었던 영화다. 강우석이 정말 괜찮은 감독인지 짚어볼 수 있는 지점이 될 거다.”

이창동의 새 영화 등 내년 라인 업

제작자로서 강우석이 새롭게 강조하는 건 영화의 ‘질’이다. “시네마서비스는 앞으로 로맨틱코미디나 가벼운 멜로는 안 하려고 한다. 흥행이 덜 되더라도 오래 남는 영화를 할 거다. 시나리오 좋은 게 많으면 1년에 20편도 하고, 아니면 6편만 해도 된다. 이제는 시네마서비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관리할 때다.” 10~12편에 이르는 시네마서비스의 내년 라인업엔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연산군과 남사당패의 이야기인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월드컵을 다룬 장항준 감독의 <꿈의 시작>, 김유진 감독의 사극 등이 포함돼 있다.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에 대해 그는 “여자 한 명이 애쓰는 얘기라고만 들었다, 설경구는 나오지 않고…”라고 말했다.

로맨틱 코디미·멜로 더는 안할 것 이창동 감독 신작등 10~12편 대기

강우석은 또 시네마서비스의 문호를 여러 제작자, 감독들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작에 걸림돌이 된다면 배급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에는 극장이 적어서 뚫고 들어가려면 배급 물량을 많이 갖고 있어야 했다. 앞으로는 극장이 많아져 영화만 좋으면 줄을 서게 될 거다. 극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소프트웨어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온다.”

유달리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자기 스타일에 대한 그의 한마디. “천성인지 길러진 건지 구슬치기 할 때부터 다 따야만 했다. 나중에 나눠주더라도. 게임 할 때도 속으로 ‘줘주라, 돈 다 너 줄게’ 한다. 주산도 1등 하고서 그만 뒀고. 공부도 1등 했으면 공부만 했을 거다. … 영화? 내가 영화 떠나서 뭘 할까. 다른 건 몰라도 감독은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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