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김수현 VS 김수현’ 두 드라마 동시방영
2004-11-12
글 : 손원제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갈등 높아가는 <부모님 전상서>(K2)냐 가족애 확인 <홍소장의 가을>(SBS)이냐

김수현 작가가 쓴 두 개의 드라마가 한날한시에 방영된다. 시청자의 간택을 다툴 두 드라마는 한국방송 주말극 〈부모님 전 상서〉(토·일 저녁 8시)와 에스비에스 창사 특집극 〈홍 소장의 가을〉(3부작). 〈부모님 전 상서〉에 〈홍 소장의 가을〉이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오는 14일 〈부모님 전 상서〉 10회가 한창 절정을 달릴 저녁 8시45분 〈홍 소장의 가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모님 전 상서〉는 이미 지난 주말부터 경쟁작인 문화방송 〈한강수타령〉(극본 김정수)을 제치고 주말극의 강자로 떠오른 상태다. 일요일인 지난 7일 시청률은 23.4%(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로 〈한강수타령〉(19.5%)을 4% 가까이 앞질렀다. 흥행작의 기준점인 20%를 넘긴 건 이미 지난달 31일 이야기다. 시청자들이 김수현식 속사포 대사에 서서히 적응하며 드라마에 몰입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4일 10회에선 성실(김희애)과 창수(허준호)의 갈등이 깊어가는 가운데, 딸 수아의 아빠 편들기가 변수로 등장한다. 수아는 그동안 아빠의 불륜을 비난하며 엄마 성실의 편에 서 있었지만, 10회에선 성실에게 “아빠를 이해해 주라”며 “이혼하면 가출해서 막 살아버리겠다”고까지 한다. 〈부모님 전 상서〉가 한창 흥미를 돋워갈 후반부 채널 도전에 나서야 하는 탓에, 〈홍 소장의 가을〉이 느낄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창사 특집극 이름에 걸맞게 〈홍 소장의 가을〉도 호화 출연진으로 시청자 눈길잡기 대결에 임한다.

무엇보다 최불암과 김혜자가 다시 부부로 만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두 사람이 문화방송이 아닌 다른 방송사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1960년대 후반 문화방송에서 연기자로 데뷔한 이래 줄곧 문화방송에서만 활동해왔다. 〈전원일기〉에선 무려 22년 동안이나 부부로 연기했다. 〈홍 소장의 가을〉에선 〈전원일기〉 종영 1년11개월 만에 다시 부부로 재결합한다. 최불암은 평생을 경찰로 살다가 파출소 소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홍상수 역을 맡았다. 김혜자는 무정한 자식들 때문에 공허함을 느끼고 뒤늦게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허영숙으로 나온다.

두 사람의 출연에서 짐작되듯 〈홍 소장의 가을〉은 ‘가족애의 확인’을 주제로 하는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다. 홍 소장 부부는 정년퇴임과 자식들의 결혼 등 잇따른 파란을 겪으며 허무한 삶을 살아온 듯한 회한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대기업 사장으로 있다 실직한 뒤 가족의 외면 속에 자살하는 홍 소장 동생(임채무)의 죽음을 계기로 형제와 자식, 부부의 정과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흔히 극본쓰기의 고통을 ‘산고’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부모님 전 상서〉와 〈홍 소장의 가을〉은 모두 김수현의 피붙이가 될 터. 자식들의 대결을 앞둔 어머니의 심경이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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