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단 한명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슈퍼히어로가, 밥 파의 집에는 네명이나 있다. 늘어난 허릿살을 부여잡고 회사와 집을 오가는 평범한 샐러리맨 밥 파는, 한때 미스터 인크레더블이라는, 좋았던 시절의 닉네임을 먼지 속에 파묻고 사는 슈퍼히어로다. 그의 아내 헬렌 파도 한때 팔다리가 고무처럼 늘어나 일라스티 걸이라 불렸던 슈퍼히로인 출신이며, 검은 생머리를 흩날리는 바이올렛 파와 바람처럼 빨리 달리는 대쉬엘 파는 초인의 피를 이어받은 슈퍼 칠드런들이다. 갓난아이 잭잭 파만이 아직 정체불명. 픽사스튜디오의 신작 <인크레더블>은 이 가족들이(당연한 플롯이지만 조금 갑작스러운 분위기를 더하여) 어느 날, 정부로부터 일급기밀의 임무를 맡아 다시금 슈퍼히어로 복장을 챙겨입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품을 만들어낼 때마다 놀라운 크리에이티브와 기술적인 완성도, 균형감 있는 주제의식으로 평단과 대중 어느 한쪽의 외면도 받지 않은 ‘인크레더블’한 픽사인 만큼, 이번 작품에도 세간의 주목은 자석처럼 들러붙을 수밖에 없다. 더욱 솔깃한 대목은 감독이 <아이언 자이언트>를 연출했던 브래드 버드란 점이다. 우주에서 느닷없이 지구로 떨어져 내려온 로봇과 인간 소년의 우정, 가족애를 모던하면서도 깊은 정서적 울림으로 그려낸 전작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인크레더블>을 이루는 몇개의 주요 모티브가 어떻게 이야기와 그림으로 형상화될지 관심을 저버릴 수 없다. 슈퍼 파워를 잊거나 감춰야 했던 슈퍼히어로 가족, 에서 착상을 시작한 브래드 버드는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고감도의 스파이 어드벤처”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가족의 파워”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인크레더블>은 픽사 스튜디오 작품으로선 최초로 거의 모든 캐릭터가 ‘사람’이다. 컷 수는 <몬스터 주식회사>보다는 600개 이상 많고, 50년대의 사람들이 상상했던 21세기를 표현하고자 100개 이상의 세트를 창조했다. 근육을 덮고 있는 지방의 출렁거림, 스릴러영화에 걸맞을 법한 조명 기법, 거대한 전투신을 위해 카메라 앵글에 맞춰 제작된 도시 세트. 크리에이티브를 실현시키는 데 기술적 불가능은 용납할 수 없었다는 ‘인크레더블’한 정신의 픽사스튜디오는, 오는 12월15일, 슈퍼히어로의 의상디자이너가 슈퍼히어로와 함께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을 한국에 떨어뜨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