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발그레한 각오, 방방 뛰는 앳된 커플 <발레교습소>의 두 배우
2004-11-18
글 : 박혜명
사진 : 정진환

사진기자가 좀 까다로운 주문을 걸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즈를 좀 귀엽고 밝게, 역동적으로 취해 주세요. 카메라 셔터가 터진 다음에 2초 동안은 움직이시면 안 돼요. 윤계상과 김민정은 난감해하면서도 곧잘 해보이고, 곧잘 해보이면서도 왕왕 실수를 냈다. “얘가 자꾸 밀어요.” 윤계상이 일러바쳤다. 김민정이 뭐라뭐라 대꾸한다. 다시 갈게요, 라는 사진기자의 말과 함께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다시, 김민정이 소곤소곤 중얼거린다. 윤계상이 크게 말한다. “얘 눈 감았대요.”

이런 식이었다. 스물일곱의 윤계상과 스물셋의 김민정은, 너무 잘 맞아 궁합도 안 본다는 네살 차이였다. 윤계상은 짓궂고 애교 넘치는 장난꾸러기, 김민정은 그런 오빠를 경쾌하게 받아주는 털털한 매력덩어리다. 계상 소년과 민정 소녀는 노느라 웃느라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쉽지 않은 촬영 중에도 군 표정 한번 어릴 틈이 없었으니. 오랜 연예계 속에 버릇처럼 다져진 자기 연출인지는 몰라도, 윤계상과 김민정은 아주 식상한 표현 그대로 사이좋은 오누이이거나, 조금 위험한 표현을 갖다쓰면 스캔들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앳된 커플이었다. 철없는 10대마냥 좋다고 방방 뛰는 그들에게 가수생활 5년, 연기자 생활 10년은 가오 한 오라기를 못 남긴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마음가짐이 그랬던 걸 수도 있다. 변영주 감독의 신작 <발레교습소>는 두 배우의 경력을 뒤에 되짚어볼 때 꼭 언급할 만한 영화로서 조건을 갖췄다. 윤계상은 그룹 god를 공식 탈퇴하고 배우로 전업하면서 <발레교습소>를 첫 작품으로 택했고, 전작 <버스, 정류장>이 특별한 기회가 되지 못한 김민정에겐 <발레교습소>가 깍쟁이 내지 새침데기를 반복하는 드라마들 속에서 회의를 느끼다 집어든 재도전장이 아니었을까. 불안과 걱정을 감당하기 위해 많은 잡생각들을 털어냈을 것이며, 뒤이어 새로운 마음가짐이 찾아왔을 것이다. 한마디로, 변화. 그래서 윤계상과 김민정은, 시작하는 청춘의 두볼을 덮는 발그레한 빛을 갖고 스튜디오에 나타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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