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여고괴담4: 목소리> 캐스팅디렉터 홍석호
2004-11-18
글 : 박혜명
“적절한 캐스팅,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죠”

지난 11월6∼7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청운 인성수련원에서 <여고괴담4: 목소리>의 최종 오디션 MT가 있었다. 영화사 대표, 감독, 프로듀서 등과 함께 심사위원 자격으로 오디션에 참여한 또 다른 사람은, 캐스팅디렉터 홍석호씨다. 그는 (말하자면) 캐스팅 에이전시 ‘엔터파워’ 대표이며, 국내 영화계에서는 거의 유일한 전문 캐스팅디렉터다. <집으로…> <효자동 이발사>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돌려차기> <꽃피는 봄이 오면> <우리형> 등이 그가 참여한 작품들이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할리우드 시스템처럼 정식으로 스탭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한다. 감독과 함께 캐릭터 분석, 배우 오디션 공지, 오디션 진행, 후보 설정, 캐스팅시에 개런티 협상 및 출연회차 조정 등 계약 업무와 리허설 관리까지 대행한다. 프로덕션 들어가서는 배우들 스케줄 관리, 프로덕션이 끝나고 나서 후시녹음작업 스케줄 관리까지. 배우들을 VIP 시사 등에 초대하는 게 우리 일의 마지막이다.

-언제부터 이 일을 정식으로 시작했나.

=캐스팅디렉터를 하고 싶어서 단편영화를 먼저 했다. 전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가능한 변화들>의 단편 버전을 6년 전에 작업했었고 <오! 수정> <하피> <천사몽> 등을 했다. 정식 입봉작이 <집으로…>이다. 회사를 차리고 시작한 건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부터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광고대행사에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게, 국내의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사들이 배우들에 관한 자료를 갖고 있지만 그걸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매니지먼트사들간에 네트워크도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 관리하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외국의 캐스팅디렉터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까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5년 정도 고생하면 한 작품은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광고회사 그만두고 이 일을 시작했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는 각각 어떻게 반응하나.

=대부분 굉장히 긍정적이다. 우리 회사와 링크된 기획사가 300군데 정도 된다.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선 정보 공유가 쉬우니까 좋아하고, 시나리오 의뢰와 출연 제의 거절 같은 것도 우리가 대행하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예전에 연출부나 제작부가 관리하던 배우 컨트롤을 아주 저렴한 인건비만으로 우리를 통해 풀세팅할 수 있으니까 긍정적이다.

-캐스팅디렉터로서 본인의 역할이 실제로 어느 정도 결정적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캐스팅디렉터의 입지가 결정 권한까지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신 어떤 음식을 선택해도 서로간의 조합이 맞는, 최상의 메뉴를 제시해준다고 생각한다. 캐스팅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다. 매번 고통스럽다. 배우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전작으로 인해 남은 이미지, 내가 가진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들이 모두 고통스럽다. 제일 고통스러운 건 과연 내 선택이 맞느냐다. 그것 때문에 매번 밤잠을 설친다.

사진제공 엔터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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