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
2004-11-19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배우의 길, 부산에서 새로 눈떴죠”

“데뷔 초기에 오디션에 가면 앨리스처럼 나를 잘 부각시키지 못했어요. ‘쟤는 할 의지가 없는 애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17일 개봉한 일본 영화 <하나와 앨리스>의 주인공 아오이 유(19)는 꼬마 때부터 발레를 했다는 점, 고교 시절 앨리스와 하나처럼 매일 새로운 놀이를 함께 궁리하는 단짝친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자신이 연기한 앨리스와 닮았다. 수줍고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또래의 소녀들보다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그렇다.

15살 때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아오이는 2001년 이와이 순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영화 배우로 첫 발을 디뎠다. 한국에 알려지지는 않은 영화들이지만 그가 출연한 작품 목록을 보면 이 작은 몸집의 소녀가 녹록치 않은 연기자로서의 근성이나 야심을 가지고 있음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하나와 앨리스>의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에 출연하는 게 기적처럼 행복했다는 그는 “두 소녀의 첫사랑과 성장이 큰 축이지만 그를 둘러싼 삼각관계나 가정불화, 거짓말 등 주변 이야기들이 풍부해서 단순한 소녀들 이야기를 벗어나는 게 좋다”고 영화의 매력을 소개했다.

개봉에 맞춰 한국에 와 17일 인터뷰를 갖고 돌아간 아오이의 첫 한국방문은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그때 영화제 관객들의 환대가 여전히 신인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자신의 배우 이력에 값진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전에는 연기하는 게 특별한 의미가 없었어요. 시간이 흘러 어느날 내 자리를 보니 연기를 하고 있는 정도였죠. 그런데 부산에서 관객들이 영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서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죠.” 그는 또래의 배우들과 달리 일본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일본영화가 옛날처럼 그리고 지금의 한국처럼 다시 부흥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게 배우로서 가장 큰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동대문 옷시장 구경을 하기 위해 이와이 순지 감독보다 하루 먼저 한국에 와서 밤 쇼핑을 하고 감자탕, 간장 게장, 신당동 떡볶이를 먹을 때의 흥분을 이야기할 때는 영락없는 아이의 웃음이 활짝 피어나온다.

한국 영화 가운데 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엽기적인 그녀>의 일본 개봉 포스터가 붙었을 때 전지현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전지현씨가 이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지 정말 걱정된다”고 광고 모델 오디션장에서 멋없이 초콜릿을 먹던 앨리스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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