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서울공략> 경기도 포천 촬영현장
2004-11-22
글 : 문석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홍콩 경찰 서울에 떴다
“#$&*·%$#!” “슈웃! 조용히 해주세요!” “에브리보디 스탠바이! 콰이어트 플리즈!”

11월8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의 한 대형 찜질방에 차려진 홍콩영화 <서울공략> 촬영장은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요란하기로 소문난 중국어에 한국어, 영어가 마구 뒤섞인데다 100명쯤 되는 스탭들이 뒤엉킨 현장이라니. 그래서였나. 이날 촬영 분량 중 홍콩과 한국 기자들에게 공개한 장면은 딱 하나, 극중에서 CIA 요원 오웬 역으로 나오는 임현제가 양조위의 추격을 피해 노천 사우나에서 탈출하는 장면이었다. 배우가 직접 나무 창을 몸으로 부수고 뛰어나오는 액션장면이라 긴장감이 감돌 법도 한데, 여긴 전혀 그런 구석이 없다. 임현제가 매트리스 위로 몸을 날리는 스턴트 연습을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나무에 색깔을 입히고 있다. 조명 세팅도 우리 현장에서 보듯 꼼꼼하게 하지 않고, 리허설도 대강 하는 듯 보인다. 이것이 촬영을 빨리 진행시키기로 유명한 홍콩영화의 실체인가, 하고 생각하는데 바로 촬영에 들어간단다. 감독 대신 무술감독이 전체 현장을 지휘했는데, 홍콩에서는 액션장면의 경우 무술감독이 총괄하는 게 당연지사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세팅에 들어간 지 30분도 안 돼 단 두번의 테이크 끝에 오케이가 났는데, 이건 42일 동안 38회차의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스케줄의 문제보다도 무엇보다 숙련된 스탭들의 힘이라고 봐야 할 듯했다. 이 신 직전에 촬영된 양조위와 서기의 장면도 비슷했다. 한국에서처럼 조명기를 여러 곳에 많이 설치하는 대신, 조명 서너개와 반사판 몇개만을 이용해서 효율적인 촬영을 진행했다.

양조위, 서기, 임현제가 주연하고 마초성 감독이 연출하는 <서울공략>은 약 800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홍콩영화. 마 감독의 2000년작 <동경공략>의 속편격인 이 영화는 위조지폐 원판을 들고 서울로 들어온 범죄집단과 이를 쫓는 홍콩 경찰의 이야기다. 영화 전체 분량 중 85%가 서울 등 한국에서 촬영될 예정으로 10월27일 서울 강남에서 크랭크인했다. 이날이 9회차 촬영이었는데, 서울시의 전폭적인 협조 속에서 강남역, 압구정동 등지에서 촬영을 마쳤으며 서울 지하철 내부에서도 촬영이 이뤄질 계획이다. 한국쪽에서는 아이필름이 제작을 대행하고 있다. 마초성 감독은 “<동경공략>을 찍을 때부터 만약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그건 한국일 것이라고 생각해뒀고,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국가 중 하나이며 영화산업의 발전도 놀랍기 때문에 그 현장에 직접 와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중국에서 길일로 꼽는 날이라 촬영의 무사안녕을 비는 고사도 이뤄졌다. 통돼지를 상 위에 올린 채 향을 흔드는 홍콩식 고사에 익숙지 않은 한국 스탭과 배우들은 연신 머뭇거렸지만 영화의 성공을 비는 마음만큼은 비슷했으리라. 이어진 한국 기자들과의 간략한 인터뷰에서 양조위는 “내가 맡은 임귀인이라는 역할은 여자들에 둘러싸인 제임스 본드와 같은 역할”이라며 “한국 스탭들은 비교적 젊고 여성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며 이것이 한국영화의 힘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기와 임현제도 “한국 영화계의 역동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조건이 맞는다면 한국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며 입을 모았다. <서울공략>은 홍콩에서 내년 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말까지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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