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여성관객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의제기
2004-11-23
글 : 박은영
여성관객영화상 설문- 꼭두각시 여성상, 순결이데올로기 강화상, 최악의 대사상 선정

올해로 9회를 맞는 ‘여성관객영화상(像)’ 설문 결과에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실미도>가 문제적 작품으로 각각 3관왕과 2관왕에 올랐다. 사단법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은 매년 가을 불특정 다수의 여성관객을 대상으로 ‘최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설문조사와 시상식을 가졌는데, 올해는 “영화 속 여성주의와 여성상에 대해 고민하는가”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50명의 여성관객 심사위원단이 문제적 캐릭터와 장면, 스토리와 대사는 물론 희망적인 캐릭터와 대사 등의 세부 항목에 의견을 냈다. 이중에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꼭두각시 여성상, 순결이데올로기 강화상, 최악의 대사상에, <실미도>는 이분화된 여성상, 성폭력 정당화상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캐릭터 부문 ‘이분화된 여성상’의 어머니와 강간당하는 여성(<실미도>, 45.2%)은 “가족 내 여성과 그 밖의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이분법적 시선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꼭두각시 여성상’의 선화(<여자는 남자의 미래다>,47.6%)는 “두 남성의 성적 욕망에 의해 도구화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주체적 여성상’의 선영(<누구나 비밀은 있다>, 38%)은 “한 남자를 통해서만 성적으로 해방될 수 있는 여성”이라서, 해당 부문에 선정됐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강간당한 선화를 현준이 씻기고 섹스하는 신은 장면 부문의 ‘순결 이데올로기 강화상’과 대사 부문 ‘최악의 대사상’(“깨끗하게 해줘”)에 동시에 선정됐다. 스토리 부문의 ‘폭력 미화상’은 <말죽거리 잔혹사>가, ‘지리멸렬 로맨스 공식상’은 <늑대의 유혹>이 각각 올랐다. ‘그나마’ 희망적인 영화 속 여성 캐릭터로는 <미소>의 소정이 선정됐고, 남성 캐릭터로는 <인어공주>의 박해일, <거미숲>의 감우성,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강동원이 언급됐지만, 긍정적인 장면과 대사 부문엔 응답자의 73%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와 행사를 기획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박조성혜씨는 “최고, 최악이라는 식으로, 작품 자체를 언급하는 것보다는, 항목을 세분화하고 다양화해야 영화 속 여성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문 포맷 변경의 이유를 밝히고, 설문 결과에 대해서는 “올해 많은 영화가 나왔는데도, 거론할 만한 좋은 영화는 드물었다. 특정 영화를 타깃으로 삼은 건 아닌데, 몇몇 작품에 표가 몰리고 이슈화된 점이 아쉽다”고 평했다. 주최쪽에선 11월19일 홍익대 근처 떼아뜨르 추에서 단막극과 콩트의 형식을 빌려, 설문결과를 발표하고, 축하 공연과 영화 시사를 곁들이는 등 시상식이 아닌 축제풍의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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