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검찰청 촬영장서 만난 <공공의 적2>의 설경구
2004-11-23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때리지도 욕도 못하는 검사역 좀 답답해요”

검찰청 로비에 들어오는 까만 양복의 ‘금뺏지’와 그를 향해 터지는 백여개의 플래시. 이제는 보기만 해도 넌덜머리가 나는 정치인 비리 뉴스의 한 장면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외쳐지는 “컷!”. 보도진의 숲을 헤치고 근엄한 얼굴로 검사에게 걸어가던 거물 국회의원(박근형)이 강우석 감독의 컷 사인 앞에서 슬쩍 웃으며 다시 포토라인으로 돌아간다. 열혈 검사가 부패로 얼룩진 정치권 실세와 맞장 뜨는 영화 〈공공의 적 2〉(시네마서비스 제작)의 촬영을 위해 검찰은 필름 카메라에 굳게 닫혀 있던 검찰청 로비를 처음으로 활짝 열었다.

1편 ‘형사’에서 역할 변신, 비리 정치권 맞서는 인물로

21일 서울중앙지검의 촬영 현장에서, 눈을 내리깔고 벼르고 별러 온 ‘먹이’를 맞이하는 강철중 검사(설경구)는 눈 아래 붉은 멍이 들어 있다. 정치권과 유착돼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냉혈 사업가이자 고교 동창생인 한상우(정준호)와 검사 신분증 내던진 채 주먹다짐을 한 직후다. 얼굴의 멍은 〈공공의 적〉 1편의 우격다짐 꼴통 형사 강철중을 연상시키지만 날렵한 몸매와 거기에 착 감긴 정장차림이 1편 때와는 ‘다른 신분’임을 구별해준다. “한상우와 격투신이 한 장면 있지만 검사라는 직업상 몸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룸살롱 급습 장면이 있었는데 다른 수사관들이 치고 받을 때 저는 뒷짐지고 서 있었죠. 몸은 편한데, 좀 답답하죠. 때리지도 못하고, 욕도 못하고.(웃음)”

〈역도산〉 촬영을 마치고 20여일 동안 16㎏을 감량한 채 지난 9월 말부터 〈공공의 적 2〉 촬영에 들어간 설경구는 크랭크업(촬영 종료)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엘리트 검사 역이 영 쑥스러운지 “난 그냥 중졸, 고졸 역할을 해야 딱인데”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검사 강철중은 그가 지금까지 해온 역 가운데 학력도 가장 높지만 대사가 가장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제가 대사를 잘 안 외우고 현장에 오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어서 진짜 열심히 외웠어요. 일상적으로 익숙한 말들도 아니고, 어휴 그게 젤 힘들었어요.” 엄살 같지만 그는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틈틈이 대본을 보고 또 봤다. 강철중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공공의 적〉 1편과 2편의 주인공은 엄연히 다른 인물. “촬영 초기에는 같은 이름과 같은 제목에서 오는 연관성 때문에 연기 도중 형사 강철중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헷갈렸다”고 말하지만 그 눈빛은 1편에서보다 훨씬 정돈되고 날카로워 보였다. 클라이맥스이자 결말인 마지막 장면의 촬영을 앞둔 〈공공의 적 2〉는 28일 촬영을 마무리하고 후반작업을 거친 뒤 내년 설 연휴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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