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로비에 들어오는 까만 양복의 ‘금뺏지’와 그를 향해 터지는 백여개의 플래시. 이제는 보기만 해도 넌덜머리가 나는 정치인 비리 뉴스의 한 장면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외쳐지는 “컷!”. 보도진의 숲을 헤치고 근엄한 얼굴로 검사에게 걸어가던 거물 국회의원(박근형)이 강우석 감독의 컷 사인 앞에서 슬쩍 웃으며 다시 포토라인으로 돌아간다. 열혈 검사가 부패로 얼룩진 정치권 실세와 맞장 뜨는 영화 〈공공의 적 2〉(시네마서비스 제작)의 촬영을 위해 검찰은 필름 카메라에 굳게 닫혀 있던 검찰청 로비를 처음으로 활짝 열었다.
1편 ‘형사’에서 역할 변신, 비리 정치권 맞서는 인물로21일 서울중앙지검의 촬영 현장에서, 눈을 내리깔고 벼르고 별러 온 ‘먹이’를 맞이하는 강철중 검사(설경구)는 눈 아래 붉은 멍이 들어 있다. 정치권과 유착돼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냉혈 사업가이자 고교 동창생인 한상우(정준호)와 검사 신분증 내던진 채 주먹다짐을 한 직후다. 얼굴의 멍은 〈공공의 적〉 1편의 우격다짐 꼴통 형사 강철중을 연상시키지만 날렵한 몸매와 거기에 착 감긴 정장차림이 1편 때와는 ‘다른 신분’임을 구별해준다. “한상우와 격투신이 한 장면 있지만 검사라는 직업상 몸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룸살롱 급습 장면이 있었는데 다른 수사관들이 치고 받을 때 저는 뒷짐지고 서 있었죠. 몸은 편한데, 좀 답답하죠. 때리지도 못하고, 욕도 못하고.(웃음)”
〈역도산〉 촬영을 마치고 20여일 동안 16㎏을 감량한 채 지난 9월 말부터 〈공공의 적 2〉 촬영에 들어간 설경구는 크랭크업(촬영 종료)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엘리트 검사 역이 영 쑥스러운지 “난 그냥 중졸, 고졸 역할을 해야 딱인데”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검사 강철중은 그가 지금까지 해온 역 가운데 학력도 가장 높지만 대사가 가장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제가 대사를 잘 안 외우고 현장에 오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어서 진짜 열심히 외웠어요. 일상적으로 익숙한 말들도 아니고, 어휴 그게 젤 힘들었어요.” 엄살 같지만 그는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틈틈이 대본을 보고 또 봤다. 강철중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공공의 적〉 1편과 2편의 주인공은 엄연히 다른 인물. “촬영 초기에는 같은 이름과 같은 제목에서 오는 연관성 때문에 연기 도중 형사 강철중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헷갈렸다”고 말하지만 그 눈빛은 1편에서보다 훨씬 정돈되고 날카로워 보였다. 클라이맥스이자 결말인 마지막 장면의 촬영을 앞둔 〈공공의 적 2〉는 28일 촬영을 마무리하고 후반작업을 거친 뒤 내년 설 연휴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