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What’s Up] 영화 <킨제이>를 둘러싼 보수주의자와 영화계의 공방
2004-11-24
글 : 문석
킨지가 무덤에서 통곡할 노릇이군

미국 영화계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이 본격화된 것인가. 최근 개봉한 <킨제이>에 대해 미국의 보수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갓 앤 몬스터>를 통해 동성애자 감독 제임스 웨일의 삶을 그렸던 빌 콘돈 감독의 <킨제이>는 1940∼50년대 이른바 ‘킨지 보고서’를 내놓았던 앨프리드 킨지 박사의 일대기를 그린다.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8년 그가 출간한 <인간에 있어서 남성의 성행위>는 미국인의 성생활을 상세히 드러내는데, 주당 섹스 횟수처럼 ‘평범한’ 문제뿐 아니라 혼외정사, 자위, 매춘, 동성애에 관한 통계까지 포함해 당시 사회를 충격으로 몰고 갔다. 동성애 운동가들과 여성 운동가들은 이 보고서를 기점으로 활로를 찾았지만, 여성의 오르가슴이나 자위와 혼외정사, 동성애 등을 죄악으로 치부하던 기독교적 보수사회는 이 결과에 반발했다. 결국 50년대 중반 보수주의의 맹공으로 연구비 지급이 중단되면서 킨지는 불행한 말로를 맞이한다.

이 영화에 대한 보수단체의 비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킨지의 업적을 과장하고 그의 삶을 미화한다’는 것. ‘제너레이션 라이프’라는 단체의 대표 브랜디 스윈델은 “앨프리드 킨지는 우리 세대가 성적 전염병과 포르노, 낙태라는 파괴적인 결과와 마주하게 했다”고 비판하며 이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미국의 문화와 가족을 우려하는 여성들의 연구소’의 로버트 나이트는 “킨지의 적절한 위치는 나치의 의사 요제프 멩겔레나 할리우드 호러영화에 나오는 미치광이 과학자”라고 비판했다. 1만8천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킨지 보고서는, 사실 표본집단이 너무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성들의 상당수는 대학 졸업자였고 남성 중 많은 숫자는 죄수들이었기 때문.

이에 대해 빌 콘돈 감독은 “이 영화는 섹스에 관한 우리 자신의 생각을 테스트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면서 “보수주의자들의 진짜 목표는 그를 중상하고 그의 명성을 파괴함으로써 지난 50년 동안 일어났던 사건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거짓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의 선거로 이데올로기의 과학에 대한 침해가 좀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길버트 허트 박사의 이야기처럼 미국사회 보수주의자들의 ‘문화혁명’이 우려되는 시국이기에 <킨제이>를 둘러싼 공방은 더욱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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