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영화봤어요? 어때, 후지지?” <까불지마>로 감독 데뷔한 배우 오지명(65)씨는 오랜 코믹 연기의 관록에서 나온 것인지 “후지니까”, “쭈글쭈글한 늙은이들”, “칙칙하잖아”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썼다. 여느 감독이 자신의 작품이나 배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좀 당황스러웠겠지만 오히려 킥킥 웃음이 나왔다. 본심이라기 보다는 쑥스러움에서 나온 표현일 터이다. 시사회 때 “보기 민망해서 앉아있기도 뭐하고 그냥 들락날락하며 담배만 피웠다”는 말을 들으니 심증이 굳어졌다.
세명의 중년건달 좌충우돌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까불지마>는 15년 동안 감방생활을 같이한 중년의 두 건달과 똘마니가 유명 가수의 보디가드가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세련되거나 ‘웰메이드’하지는 않지만 권위 따위는 저 멀리 내던져버리고 팔랑팔랑 뛰는 “늙은이”들을 보는 게 의외로 즐겁기도 하다.
“본래는 감독이 아니라 제작을 한번 해보려고 했어요. 큰 화면에서 내 코미디를 한번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근데 감독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투자사에서 직접 해보라고 제안을 받았는데 뭐 그냥 너나나나 하면 되는 거지 별거 있겠냐 편하게 생각하고 덤벼들었지. 처음에는 좀 텃새도 받고 했는데 재미있고 보람도 있더라고.” 감옥에서 나온 세 명의 중년 건달이라는 설정은 몇 년 전 그가 출연을 제안 받았던 작품에서 따왔다. “그때는 코미디도 아니고 해서 거절했는데 마침 생각이 나서 제작사(씨네월드)에 전화를 해봤지. 선뜻 가져가라고 하길래 고마워서 <황산벌>에 출연했던 거예요.” 함께 출연한 최불암씨는 “다들 연극무대에서 방송으로 떠날 때 끝까지 버티다가 제일 마지막에 함께 간 동료”라는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최불암은 코미디 더 해야하는데“나는 최불암이가 좀 더 코미디를 해주길 바랐는데 영 민망한지 버티더라고. 그게 좀 아쉽지. 그래도 감독이 돼 보니까, 배우를 존중하게 되더라구. 텔레비전 할 때 PD가 배우들 의견 안 듣고 일방통행 하는 게 못마땅했었거든.” 노주현씨를 섭외한 건 “최불암하고 내가 구질구질하고 칙칙해 보이니까, 화면이 좀 훤해지는 뺀질한 인물을 넣자는 생각”에서였는데 노씨는 도리어 본인에게 코미디 분량이 적은 게 불만이었다고. 그가 연기한 ‘개떡’은 그가 출연해 온 시트콤 캐릭터보다 훨씬 더 주책 맞고 경박스러운 인물이지만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좀 모지라고, 말주변도 없고, 그런 게 나랑 비슷하지.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욕심도 많지 않고, 순수하잖아요. 난 그런 게 좋아”
내가 이래봬도 액션배우 출신젊은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에서 오씨의 격투 연기가 생경해보이겠지만, 그는 “맨날 치고 받기만 하고, 돈도 별로 안줘서” 70년대 중반 영화계를 떠날 때까지 십년 동안 150편의 액션영화를 찍은 ‘액션스타’출신이다. <까불지마>의 목욕탕씬에서 60대 같지 않은 ‘갑빠’를 보여주는데 그 비결을 물으니 “운동은 뭐, 그냥 삐끗하는 거 방지하는 정도로 집에서 스트레칭 정도만 하지”라고 다시 쑥스러운 듯 팔을 내저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