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수사반장와 오반장의 합체, <까불지마>
2004-11-30
글 : 김수경
인생의 황혼에 선 TV코미디 세 명인이 보여주는 액션과 농담.

해방 전에 태어난 두 남자가 액션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까불지마>의 오지명, 최불암은 모두 1930년대생이다. ‘100% 대역이겠지’라는 섣부른 판단은 거절한다. 특히 오지명은 꽤 어려운 난이도의 수차례의 ‘합’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몸을 내던진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로 와이어 액션마저 직접 해내는 그의 투혼은 인상적이다. 장동휘, 박노식과 더불어 1970년대 한국 액션영화의 주역으로 부상하며 150여편의 활극에 출연한 그의 과거를 고려하면 이는 납득이 되기도 한다. <까불지마>는 두 주연간에 철저히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 활극은 오지명, 드라마는 최불암, 노주현은 코미디와 드라마를 아우르며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한다. 그래서 <까불지마>는 막가는 코미디보다는 ‘휴먼코미디’의 성격이 강한 영화다.

벽돌(최불암)과 개떡(오지명)은 동방파의 실세다. 삼복(노주현)은 구두닦이를 하다가 그들에 의해 발탁된다. 벽돌과 개떡은 후배 조동팔(김학철)의 모략으로 15년형을 받고 감옥에 간다. 출옥하자마자 그들과 삼복은 복수를 위해 동팔을 찾아간다. 3인방의 눈앞에서 동팔은 경찰에 끌려가고, 이후 감옥에서 재회한 그들에게 딸 은지의 보호를 부탁하며 50억원짜리 땅을 내놓겠다고 호소한다. 인기 여가수 은지는 늙고 험상궂은 3인방을 홀대한다. 졸지에 보디가드가 된 3인방은 은지를 노리는 조직폭력배 야수 일당과 충돌한다.

수사반장과 오박사의 합체는 일단 성공적이다. 근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최불암이 연기하는 아버지상은 전형적이지만 설득력이 있다. 시트콤의 제왕 오박사가 날리는 폭소탄은 브라운관의 화력을 고스란히 끌어낸다. 시트콤의 대가인 노주현과 오지명의 코믹연기 호흡도 그럴싸하다. 한 가지 흠이라면 영화의 서브플롯인 은지와 명석의 러브스토리가 지나친 감상주의로 빠져 상투적이라는 점. 그러나 전체적인 드라마 구조는 비교적 탄탄하다. 특히 캐릭터의 설정이나 플롯을 구성하는 인물간의 관계나 구조는 이 영화가 설익은 데뷔작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까불지마>는 철저히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영화다.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는 빠른 편집 호흡이나 캐릭터 중심으로 짜여진 플롯은 ‘재미’에 올인한다 “브라운관이건 스크린이건 재밌는 콘텐츠라면 통한다”는 오지명 감독의 장담의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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