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노센스> <인랑>등에 참여한 가주지 모리시타
2004-12-02
글 : 오정연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는 게 I.G.의 장점”

I. G. 프로덕션 라인 프로듀서 가주지 모리시타

지난 11월19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I. G. 프로덕션의 라인 프로듀서 가주지 모리시타(32)를 만났다. <킬 빌>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만들면서 프로듀서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노센스>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그는, I. G. 프로덕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구체적인 애니메이션을 들어 케이스를 분석한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해 레스페스트 2004에 참석했다. 짧은 인터뷰 내내 수줍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가 들려준, I. G. 프로덕션과 개인적인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일본 국내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지브리 스튜디오는 가족적인 작품, 자연친화적인 주제, 귀여운 그림체 등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에 반해 스튜디오 I. G.가 내세우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컬러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에게는 <공각기동대>며 <인랑> 같은 어두운 작품들이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는 <데드 리브스>(Dead Lives) 같은 미국적인 애니메이션도 만든 적이 있다. 폭넓은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장점이다.

회사의 목표는.

유명한 애니메이터 한두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도록 회사만의 고유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런 면에서 지브리는 정말 대단한 곳이다.

전세계적으로 3D애니메이션의 열기가 거세다. 혹시 3D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해서 특별한 계획이 있나.

우리도 원래 셀애니메이션에 3D를 많이 사용해왔다. <이노센스>에도 두 가지 방법이 모두 사용됐다. 이미 회사에 3D 섹션이 따로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2D를 없앨 생각은 없다. 어쨌든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린 느낌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개봉한 <공각기동대>는 눈에 띄는 기대작이었음에도 애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안다. 회사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

상업 애니메이션의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관객의 반응은 좋다는 쪽과 어렵다는 쪽으로 확연히 갈렸다. 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열광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개봉 수익에 DVD, 해외 판권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일을 하게 됐나.

중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지만 그림에 재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뒤에 도호 영화사에 입사해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2년 만에 그만두고 일하게 된 곳이 소니뮤직의 애니메이션 파트였다.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 투자를 결정했다. I. G. 프로덕션으로 2년 전에 이적했다.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와 대등하게 작업하게 되는 것. <킬 빌>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제작한 것은 주문대로 생산하는 하청과도 같았다. 앞으로는 기획부터 개발, 제작까지 대등한 위치에서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사진제공 레스페스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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