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영화제작가협회 새 이사장 김형준 대표
2004-12-03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좋은 영화 시작은 제작자 권익 보호 스크린쿼터·이익분배 개선 챙길것”

임의단체였던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지난 11월26일 새 임원진을 선출하면서 사단법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99년부터 본격화된 한국 영화의 비약적 성장은 5년 사이에 관객 수를 5배 가까이 불려놓았지만 막상 영화 제작 환경은 그 성장세 만큼 개선되지가 않았다. 투자자와 제작자의 이익 분배 비율이 ‘6대 4’이던 것이 몇몇 큰 제작사를 빼면 ‘7대 3’, 더 나쁜 경우엔 ‘8대 2’까지로 내려가고 있다. 또 비디오와 DVD 시장이 크게 줄어 극장 수입 외의 부가 수입도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여건이 이런 만큼 제작자들이 이 협회를 통해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는 바램이 커져, 이번 선거에서 부이사장 선출을 두고 3차 투표까지 치르는 열기를 보였다. 최근 들어 영화인회의의 활동도 부진해진 만큼, 제작가협회는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말에 이 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1년 동안 협회를 끌고온 김형준(44) 한맥영화사 대표는, 사단법인의 첫 이사장으로 단독 출마해 1차 투표에서 바로 당선됐다. “협회의 가장 큰 목표는 제작자의 권익보호이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제작자가 투자자와 이익을 분배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금액을 제작료로 받는 구조로 갈 가능성도 크다. 그러면 제작자의 위험 부담은 줄지 몰라도 다양한 시도나 야심찬 기획이 나오기 힘들다. 좋은 제작자가 많아야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 아닌가.” 김 이사장은 제작자와 투자자의 관계 다음으로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관계를 지적했다. “출연계약을 무리하게 뒤집은 배우를 다른 제작자가 더 큰 출연료를 주면서 캐스팅하는 일 같은 건 문제다. 협회는 제작자들에게 자기 이익 뿐아니라 전체 제작환경을 염두에 두도록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매니지먼트 회사가 직접 제작에 나서는 일이 많은데 이걸 막을 수는 없지만 투자자, 배급업자, 제작자, 매니지먼트 회사가 다 각자 할 일이 있는 것 아닐까.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계몽을 할 것이다.”

한국 영화계 전체와 관련된 현안으로 김 이사장은 스크린쿼터와 한국 영화의 이익배분 구조 개선을 꼽았다. “12월 중에 문화부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안이 나올 것같다. 협회의 입장은 절대 사수일 수밖에 없다. 또 큰 극장에 수익이 몰리고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독과점 문제, 또 배급, 극장업을 한 업자가 겸하는 수직계열화의 폐해 여부 등등을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룰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위원회를 신설했다. 또 6명이던 운영위원을 9명으로 늘렸다.” 김 이사장은 미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다가 귀국해 87년 현진필름에서 영화 일을 시작했고 94년 한맥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피아노 맨> <링> <동감> <천년호> <시실리 2㎞> 등을 제작했고 <약속> <거짓말> <실미도>를 공동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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