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본편보다 빛나는 단편의 발견
2004-12-03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안달루시아의 개> Un Chien Andalou

1929년

감독 루이스 브뉘엘

상영시간 16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1.0(무성영화)

출시사 BFI(영국)

<니스에 관하여> A Propos de Nice

1930년

감독 장 비고

상영시간 22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2.0(무성영화)

자막 아터피셜 아이(영국)

출시사 스펙트럼

<야수의 피> Le Sang des Betes

1949년

감독 조르주 프랑쥐

상영시간 22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1.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크라이테리언(미국)

DVD의 쓸모가 더 느껴질 때가 있다. 단편영화는 디스크 용량을 감안하면 홀로 출시되긴 힘든데, 간혹 애타게 찾던 단편이 DVD 뒤편에 담기면서 적잖은 기쁨을 주곤 한다. 러시아 인형애니메이션의 선구자 라디슬라브 스타레비치의 <마스코트>와 르네 클레르가 연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영화의 대표작 <파리는 잠들고 있다> <막간극> 등이 그랬는데, 그중 백미는 최근 출시된 세편 DVD에 수록된 루이스 브뉘엘, 장 비고, 조르주 프랑쥐의 데뷔작들이다.

<루이스 브뉘엘과 살바도르 달리 작품집>에 <황금시대>와 함께 들어 있는 <안달루시아의 개>는 초현실주의 미학의 영화적 결정체이다. <꿈의 해석>과 같은 해에 태어난 브뉘엘이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팬이 된 것과 그와 달리가 자신들의 꿈을 시나리오와 영화 속으로 밀어넣은 데선 필연이 감지되며, 데뷔작에서 드러난 주제와 스타일은 이후 브뉘엘의 작품세계를 관통한다. <안달루시아의 개>의 전복적 특성이 관객에게 끼친 영향은 앙드레 브르통이 쓴 ‘초현실주의 선언’의 그것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장 비고 작품집>에 수록된 <니스에 관하여>는 ‘지역영화’의 전범이지만, 니스 지역의 해변과 멋쟁이들이 누리는 쾌적한 생활에 대한 애정어린 기록은 아니다. 무정부주의자의 아들로 태어난 비고와 지가 베르토프의 동생이자 촬영을 맡은 보리스 카우프만은 부르주아의 삶을 경멸했고, 니스를 쾌락과 죽음의 도시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얼굴 없는 눈동자> DVD의 부록인 <야수의 피>는 파리 변두리 도살장에서 소와 말과 양이 도살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충격을 염려하여 굳이 흑백필름을 사용한 <야수의 피>는 선정주의에 빠진 요즘의 다큐멘터리와는 다르다. 도살장은 삶이 영위되는 한 장소이고 폭력은 단지 수단일 뿐 조르주 프랑쥐는 오로지 삶의 진실과 실재의 복구만을 추구했다. 결과는 <야수의 피>가 발하는 대위법적인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브뉘엘이란 이름은 세 작품을 묶는다. 비고는 <니스에 관하여>의 상영에 앞서 발표한 ‘사회영화를 향하여’란 글에서 <안달루시아의 개>를 격찬했으며, 시적 정서와 불안감이 결합된 <야수의 피>의 세계는 브뉘엘과 달리의 초현실주의에 닿아 있다. 달라 보였던 세 작품은 그렇게 같은 곳을 향했던 것이다. 세 단편에 인터뷰, 음성해설, 기록영상, 편집본 등을 더한 DVD는 웬만한 메인 코스보다 더 먹음직스런 디저트를 차려놓았다. 국내 출시된 <장 비고 작품집>엔 <니스에 관하여>가 이스터 에그로 숨어 있다.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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