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짐 캐리 주연 <레모니 스니캣: 위험한 대결> LA 시사기
2004-12-07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짐 캐리(42) 빼고 이 배역을 소화해낼 배우가 있을까. <레모니 스니캣: 위험한 대결>(미국 개봉 12월 17일, 한국 개봉 1월 28일)에서 짐 캐리가 맡은 울라프 백작은 살인을 일삼는 악당인 동시에 원하는 대로 변장하는 변신의 귀재이다. 먼 친척인 보들레어가의 어린 세 남매가 부모를 잃고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되자 그들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무서우면서 우스운 캐릭터

짐 캐리의 표현대로 “무서우면서도 우스운”이 캐릭터는 달변과 능청, 우아한 몸짓의 파충류학자로, 외발의 선장으로 자유롭게 변신한다. 5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짐 캐리는 출연의 가장 큰 이유로 ‘변신’을 꼽았다. “내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즐거움, 그건 아이들이 무척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놀래킬 수 있고, 내게 없던 걸 창조해낼 수 있고.” 영화에서 짐 캐리는 다른 인물로 나올 때마다 외모 뿐 아니라 말투와 몸짓까지, 관객들도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바뀐다.

이를 위해 6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매일같이 분장에 세 시간을 보냈고, 헤어스타일을 수시로 바꿀 수 있도록 머리 깎고 대머리로 지냈으며, 창백한 안색을 위해 햇빛을 피해다녔다. “불편했지만 막상 연기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울라프 백작의 캐릭터가 일방적으로 나쁘기 때문에 연구할 필요가 적었다. 그는 원하는 걸 못 가지면 안달하고, 남을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이 빠질 수 있는 나쁜 점들을 다 갖췄다.”

분장위해 6달간 머리깎고 지내

원작인 소설 <레모니 스니캣>은 미국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해리 포터>를 밀어낸 최초의 책으로 전 세계에서 2700만부가 팔렸다. 울라프 백작과 세 남매의 대결로 이어가는 소설은 에피소드마다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봐라”는 저자의 충고로 시작하는 어두운 분위기로 인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악몽’이라는 평을 받는다. 짐 캐리는 이 책이 “어른들이 처방전처럼 권장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해 낸 베스트셀러”여서 더 좋다고 했다. 또 그 스스로도 어릴 때부터 “무시무시하면서 웃기는 것, 그러니까 어딘가 정석이 아닌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해리 포터> 시리즈와 이 영화를 비교하는 질문에 “<해리 포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저요 실제론 재미없어요

기자회견 내내 울라프 백작 같은 달변에 손짓 몸짓을 아끼지 않는 짐 캐리는 개인사와 관련한 질문도 피해가지 않았다. “(회계사이자 재즈 색소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무슨 얘기든 풍부한 동작을 곁들여 아주 재밌게 했다. 모든 농담이 그가 하면 새로운 것이 됐다. 창의력 넘치는, 나의 영웅이었다. 나도 어릴 때부터 남들 웃기는 걸 좋아했고, 옷장 속에 들어가 뭔가 쓰는 걸 즐겼다.” 무명시절 클럽에서 개그를 할 때는 뒷주머니에 “훌륭한 연기를 서비스한 짐 캐리에게”라고 직접 사인한 개인 수표에 1천만 달러를 적어 부적처럼 넣고 다녔다고 전했다.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에 시달렸음을 고백하기도 한 짐 캐리는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평범한지 알면 놀랄 거다,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친구들이 클럽에 놀러가자고 하면 거절하고 집에서 심심하게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그걸 알고 싶지도 않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유머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처럼 세상을 좀 더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머의 재능을 갖고 태어났고 그걸 썩히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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