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의 리스트는 없었다! 저명한 역사학자 데이비드 M. 크로가, <오스카 쉰들러: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인생, 전쟁기간의 활동과 리스트의 전모>를 통해 “쉰들러는 리스트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여기에 크로가 책에서 밝힌 몇 가지 사실은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묘사한 쉰들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속에서 쉰들러가, 수용소행을 피할 수 있도록 자신의 공장에서 일할 만한 유대인들의 명단을 작성한 1944년. 크로에 따르면, 당시 쉰들러는 나치사령관 아몬 고스(랠프 파인즈가 연기했던 인물)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감옥에 있었다. 또한 크로는 1930년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독일 스파이로 활동했다고 알려진 쉰들러가, 나치의 폴란드 침공 계획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독일군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지적했다. 크로는 스필버그가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를 보이기 위해 첨가한 몇 가지 장면 중에서, 쉰들러가 러시아로 망명하는 마지막을 가장 분노스러운 것으로 꼽는다. 실상 쉰들러는 자신의 탈출을 위해 유대인들을 무장시켜 싸우게 했으며 이 때문에 남겨진 유대인들은 모두 교수형을 당했다는 것. 게다가 영화 속에서 쉰들러는 더 많은 유대인을 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실상은 전후에 전쟁범인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 두려워 자신이 유대인들에게 베푼 것을 끊임없이 각성시켰다는 것이다.
크로가 11월24일치 <뉴욕타임스>에 “스필버그는 멋지고 상냥한 사람이지만 쉰들러의 리스트는 극장에만 존재할 뿐이다. 영화는 실화를 아주 엉뚱하게 단순화시킨 버전”이라고 쓴 것과 관련해 스필버그의 대변인은 “쉰들러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그에 대한 서로 다른 진술들이 제기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쉰들러에게 “정의로운 이방인”(righteous gentile: 유대인을 위험에서 구한 비유대인들에게 주는 영예) 칭호를 부여한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회의 Mordecai Paldiel은 “인간은 누구나 그 내부에 작은 천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며 “쉰들러 역시 그런 모든 측면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선행을 했을 것”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