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오페라의 유령> 만든 뮤지컬 마스터 앤드루 로이드 웨버
2004-12-09
글 : 김수경
“뮤지컬에 누가 될까 두려워 15년을 기다렸다”

록 뮤지컬의 아버지, 역대 최다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음악가, 가장 많은 음악상을 휩쓴 타이틀 홀더, 클래식 음악을 상업적으로 도용하는 장사꾼, 가장 많은 혹평을 감수해야 했던 비평가들의 ‘공공의 적’. 뮤지컬의 제왕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얼굴과 행적은 스포트라이트와 어둠 속을 넘나든다. 음대 교수였던 아버지, 피아노 교사였던 어머니, 연극배우였던 숙모의 영향으로 뮤지컬의 길로 들어선 그는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선셋 대로> 등을 쏟아내며 1980년대부터 브로드웨이를 지배한 인물. 그리고 웨버의 뮤지컬 가운데도 <오페라의 유령>의 위치는 특별하다. 전세계 입장수익 30억달러, 국내관객 25만명 동원. 전세계 음악시장에서 비틀스 이후 가장 강력한 제2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으로 기억되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 뮤지컬의 결정판. 그 <오페라의 유령>이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졌다. 15년을 기다려 조엘 슈마허를 연출자로 선정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영문제목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 영화로 환생시킨 <오페라의 유령>은 오는 12월10일 미국보다 빠른 전세계 최초 개봉을 통해 국내관객에게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오페라의 유령> 개봉을 앞두고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편지로 인터뷰를 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명콤비인 작사가 팀 라이스와 함께 작업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당시에는 그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달랐을 뿐이다(참고로 팀 라이스는 <오페라의 유령>이 만들어질 시기에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뮤지컬 <렌트>를 작업 중이었다). 우리 사이에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한 건 아니었다.

<로스트 보이>를 보고 1987년에 조엘 슈마허를 <오페라의 유령>의 연출자로 낙점했다고 들었다. 어떤 점을 근거로 내린 결정이었나.

그의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나 화면은 물론 장면에 삽입되는 곡의 선택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다. 한마디로 조엘 슈마허에겐 매우 훌륭한 시각적 센스와 음악 감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와 작업하면서 가장 기뻤던 점도 그가 진정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음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 그 작품을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조엘의 특별한 음악 선곡 능력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거의 15년을 미룬 프로젝트다. 캐스팅을 포함한 프로덕션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1988년 한창 <오페라의 유령>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을 때 메이저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그때 워너브러더스가 <오페라의 유령>의 영화화에 관심을 보였고 조엘 슈마허 감독을 만나면서 영화화 작업은 좀더 구체적으로 전개됐다. 마이클 크로퍼드와 사라 브라이트만을 남녀 주연으로 정해놓고 촬영만 시작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린 모두 두려웠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해가고 있는 뮤지컬에 이러한 작업이 혹시라도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였다. 위대한 뮤지컬이 영화화된 성공사례가 너무 오래전이라 시간적 요소도 걱정스러웠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영화가 뮤지컬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졌고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에 조엘과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쯤 <오페라의 유령>을 다시 영화화하는 게 어떨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 다 매우 재미있어했고, 일은 놀랍도록 빠르게 진행됐다.

에이미 로섬은 뮤지컬 경험자가 아닌 것으로 안다. 크리스티 역을 맡긴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역은 일일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되었다. 그것은 영화 전체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만큼 외모뿐 아니라 정교하고 섬세한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우선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조엘 슈마허 감독이 선별하여 오디션과 스크린 테스트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내가 그들의 노래실력을 평가했다. 그녀는 매우 훌륭한 배우이다. 섬세한 외모는 물론이고 7살 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사사를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환상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캐스팅 뒤 파리의 가니어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별 교습을 통해 채워갔다. 어찌됐건 난 그녀에게 매우 만족한다.

이번 영화에 새로운 곡을 삽입한 것으로 안다. 작곡 과정과 신곡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영화에는 뮤지컬에선 전혀 없었던 두개의 장면이 삽입되었다.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곡을 작곡해야 했다. 그 곡들은 모두 영화를 본 뒤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 과거에 영화음악을 몇편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이번 작업에 크게 도움이 됐다. <오데사 파일>과 <검슈> 등을 작곡한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낯선 분야는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공동묘지 장면이라든지 영화 전반부에 라울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라든지. 이런 새로운 장면을 보자 음악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 정말 색다르고도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최근엔 뮤지컬이나 무대 연극이라는 장르 역시 영화화 되어가는 추세이다.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모두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그건 모두 뮤지컬 음악을 그대로 옮겨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음악은 지금도 창조해낼 수 없다. 물론 내가 판단하는 관점이긴 하지만 내겐 그것이 최선이었다. 전적으로 다른 두 장르를 혼합한다는 게 도전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주제는 일맥상통하니 결과적으로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할리우드와의 차이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할리우드와 가진 차이점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면서 작업했다. 난 새로운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 음악과 스토리 등을 고민했다. 그 밖의 영화에 대한 부분은 조엘과 의논했고 내가 모르는 모든 부분을 조엘이 훌륭하게 채워줬다. 난 감독도 아니고 그저 도와주는 일 정도만 했는데 결과는 엄청났다. 모두가 훌륭한 스탭과 제작진 덕이라고 본다. 제작총지휘자인 오스틴 쇼 역시 아주 훌륭한 일을 해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전례없는 거대한 스케일의 뮤지컬영화로 태어났다. 내가 담당한 분야는 뮤지컬에서나 영화에서나 크게 다를 게 없었고 굳이 차이를 두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큰롤 레코드를 처음 사준 사람이 아버지라고 말했다. 그 레코드가 어떤 가수의 음반이었나.

내 기억으로는 로큰롤 CD 모음집이었던 것 같다. 척 베리의 <자니 B. 굿>과 제리 리 루이스의 <그레이트 볼스 오브 파이어> 등 주옥같은 음악이 삽입되어 있었다.

당신의 이름을 제목에 포함시키고 만든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가진 다른 뮤지컬영화와의 차별성을 말한다면? <물랑루즈>나 <시카고> 같은 최근 뮤지컬영화들에 비해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인 뮤지컬 자체의 색채가 짙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또한 그 부분이었다. 영화의 대사를 전부 노래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의 타당성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왜 오페라하우스에서 혹은 옥상에서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지 다들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난 뮤지컬을 그대로 옮긴 뮤지컬영화의 개념에 대해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해야만 했다. 위대한 뮤지컬을 영화화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마리아는 산에서 노래를 부른다. 대사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노래만으로 장면이 진행되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동안 뮤지컬이 영화화되지 않았다는 거다. 그때 <시카고>가 등장했고 그 영화는 사람들이 얼마나 뮤지컬에 관심이 많은지를 증명해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카고>와 달리 오페라처럼 대사까지도 노래로 처리되는 그런 장르의 영화다. 그 차이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해해주길 바란다. <오페라의 유령>은 노래가 곧 대사이고 또한 그 노래 속에 이야기가 전개되고 극중 배우들의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점이, 서로 다른 곡이 나오기보다는 같은 노래일지라도 어떤 상황에서 누가 부르는가에 따라 노래는 대사 이상의 감정을 표현해준다. 그것이 <오페라의 유령>이 모두 노래로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다른 뮤지컬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근 15년을 기다린 조엘 슈마허와의 작업은 만족스러웠나? 뮤지컬영화의 연출자로서 조엘 슈마허를 평가한다면.

우린 15년 동안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며 우정을 키워왔다. 우린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사이다. 난 음악을 담당하고 그는 영화를 담당한다. 그는 다른 지적인 사람들처럼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참견하지 않는다. 영화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시각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 영화는 무대를 화면에 옮긴 아주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다. 물론 뮤지컬을 똑같이 옮기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에는 서정성을 더욱 가미했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주제나 에센스는 똑같다. 그건 내가 갈망해왔던 것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영화’란 무엇인가.

난 ‘영화’를 ‘생각’할 만큼 특별히 영화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내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더 멋지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무대와 영화가 가지는 차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절대 영화가 더 매력적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요즘처럼 영화를 만들어내는 시대라면 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난 오히려 영화의 대중성을 적절히 이용하고 싶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2>를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상황인가.

그런 계획은 없다.

앞으로 자신의 다른 뮤지컬들도 직접 영화화할 계획이 있는가.

현재 워너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영화제작을 논의 중이다. 나중에 좀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그때 발표하겠다.

사진제공 시네와이즈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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