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까불지마> 프로듀서 겸 단역배우 류병석
2004-12-09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이제 좀더 하면 성룡처럼 되겠지?”

<까불지마>의 시사회장. 마이크 앞에서 사회를 보는 남자. 회상장면에서 소매치기로 나와 개떡(오지명)이 던진 돌에 맞아 죽는 단역배우다. 왠지 얼굴이 낯익은 그는 스스로를 <까불지마>의 프로듀서 류병석(35)이라고 조심스럽게 소개한다. <친구>의 롤러장과 극장 화장실에서 상택(서태화)에게 치도곤을 날리던 면도날, <돌려차기>에서 “바람 구멍 술술 날 거야”라고 협박하던 병수가 바로 그다. 본업은 <그놈은 멋있었다>를 거쳐 두 편째 제작을 책임진 프로듀서. 그가 말하는 프로듀서와 배우라는 충무로 ‘투잡’ 스토리.

시작은 배우였나, 제작부였나.

고등학교 때부터 오디션 본답시고 충무로를 들락거렸다. 일찍 군대를 가서 복무 중에 영화하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 영화세상 안동규 대표와의 인연으로 처음 제작부를 한 것이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그때는 제작부가 뭔지도 몰랐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까지 쭉 2년 동안 ‘차 막아, 밥 시켜, 날라와, 주차해’만 했다. 현장에서 차승재 대표를 보고 처음으로 ‘제작부가 이거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진짜 잘하면 성룡처럼 되는 거야? 알았어, 그럼 일단은 배우 접어’ 하고 생각했다. (웃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하고 박광수 감독을 만나면서 ‘이게 영화구나’ 싶었다. 전태일 친구 역으로 15, 16회차를 연기하는데 배우, 제작을 다 하려니 힘들더라. 가끔 급하게 ‘차 막아’ 이럴 때 촬영하고 있는 건 좋았지만.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

안 좋은 아이만 주로 했다. (웃음) <친구>의 면도날 역은 곽경택 감독이 나에게 많은 부분을 맡겨준 것이 고마웠다. <돌려차기>도 애드리브가 많아 나중에 옆에서 적어줄 정도였다. 문제는 아직도 그런 역이 들어온다는 거. 얼마 전에도 섬에서 창녀들을 지키는 포주 캐릭터를 제의받았다. 여자들이 도망가면 잡아와서 때리고 강간하는. 그래서 “형, 나 영화 10년 했는데 아직 부모님 한번도 극장에 오라고 못해봤어요”라며 거절했다.

<까불지마>에선 노배우 세명과의 작업이 힘들지는 않았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까불지마>는 오히려 덜 힘들었다. 촬영 후반에 장마 때문에 2주 정도 혼난 것 외에는 순탄했다. 세 명이 다 아버지 연배인데 날씨가 너무 더워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한강철교가 행정적으로 가급 다리라 원래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그리고 관공서 대여섯곳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까불지마>가 한강철교가 등장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되었다.

굳이 프로듀서랑 배우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배우. 단 조건이 있다. 나이가 있으니까 프로듀서 일만큼 수입만 된다면 연기만 한다. 밥먹고 살 만큼만 번다면 배우다.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듀서란.

예전부터 프로덕션 PD보다는 기획 PD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정해진 예산으로 어떻게든 완성만 하는 게 프로듀서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지 않는다.

<씨네21>과 개인적 사연이 있다고.

정기구독자였다. 더 재밌는 건 3∼4년쯤 된 일인데 ‘스탭25시’ 코너에 나를 써달라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웃음) 전화받은 사람이 본인이 결정할 수 없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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