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영화수출 첨병’ 씨네클릭아시아 서영주 대표
2004-12-17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감독·시나리오에 대박 달렸죠”

한국 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 증가와 함께 해외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올드 보이> <빈 집> <사마리아>가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함으로써 유럽에서 한국 영화의 주가를 크게 높였다. 또 일본에 부는 한류 열풍을 타고서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달콤한 인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각각 일본 한 나라에 320만달러와 270만달러에 팔리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이같은 한국 영화 해외수출 전선의 최첨단에 서있는 회사가 씨네클릭아시아와 미로비전이다. 최근 5년간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쇼박스 등 메이저회사가 투자 배급한 한국 영화를 뺀 나머지 영화들의 해외 수출 대행을 이 두 회사가 도맡다시피 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씨네클릭아시아는 <올드 보이> 등 올해 3대 영화제 수상작의 해외 수출을 모두 대행하면서 수출고 1천만 달러의 성과를 올렸다. 이 회사가 설립된 첫 해인 2000년의 수출액은 50만 달러. 5년새 20배의 성장을 한 셈이다.

“2003년부터 한국 영화가 장르도 다양해지고 작품도 많아져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전에는 해외 바이어들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사갔는데 2003년부터는 사전 판매가 가능해졌다. 예고편만 보고 사고, 나아가 감독 이름과 시놉시스만 보고도 미리 산다.” 씨네클릭아시아를 만들고 이끌어온 서영주(35) 대표는 “김기덕 감독의 차기작은 반 페이지짜리 시놉시스만 가지고서 일본에서 50만 달러 투자가 들어왔다”면서 “투자 의사를 비추는 다른 해외업자들도 많지만 저예산 영화여서 더 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수출한 영화의 세부내역을 보면 <올드 보이>가 400만 달러, <장화, 홍련> 380만 달러, <인형사> 280만 달러, <빈 집>이 일본의 사전투자분 합쳐 150만 달러 등이다. 조금 지난 영화로 <조폭마누라>가 380만 달러, <친구>가 300만 달러를 올렸다. 통상 해외수출 대행시 대행사가 수출가액의 20% 정도를 가져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9명에 올해 1천만 달러의 수출액을 낸 이 회사가 얼마나 알짜 회사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 판매도 이 회사가 시작했다.

“<조폭마누라> 리메이크 판권을 미라맥스에 팔 때 가격을 제시할 기준이 없어서 일본 영화 중 가장 비싸게 리메이크 판권을 팔았던 <링>의 가격 100만 달러를 제시했고 그 값에 팔았다. 그 뒤엔 자신감이 생겨 <장화, 홍련> 리메이크 판권을 200만 달러에 드림웍스에 팔았고 이건 아시아 영화 리메이크 판권의 최고 판매가이다.”

서 대표는 이제 노하우가 쌓여 시나리오를 보면 해외에서 어느 정도 팔릴지 가늠이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배우가 판매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독과 시나리오이다. 일본 한류 열풍으로 특정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일본에 비싸게 팔리는 건 좋지만, 여러 나라에 수출하려고 할 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시아에만 팔 거면 몰라도, 한국 영화가 배우 중심으로 가면 우리 같은 수출 대행사에겐 안 좋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그냥 수출만 대행하지 않고 시나리오 단계에서 투자하고 함께 제작하는 일을 늘리려 한다.”

서 대표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나와 마케팅회사 에이펙스에서 근무하다가 98년 일신창투에 들어가 해외 업무를 해본 뒤 2000년 씨네클릭아시아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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