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What`s up] 냉소적인 크리스마스 코미디 대거 개봉
2004-12-23
글 : 박은영
크리스마스 조롱은 시대의 대세?

크리스마스를 조롱하는 크리스마스 영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크리스마스 영화의 경향이 대략 그렇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부쩍 냉소적으로 변한 크리스마스 영화에 대한 진단 기사를 내놓았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돈으로 사는 젊은 재벌(벤 애플렉) 이야기 <서바이빙 크리스마스>(사진), 크리스마스 세리머니를 무시하고 캐리비안으로 휴가 떠나는 부부(팀 앨런)의 소동을 그린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등이 그런 작품들.

지난해에 개봉해 2억7천만달러가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한 <엘프>는 크리스마스 스피릿이 사라진 뉴욕 도심에 나타난 엘프(윌 페렐)의 이야기. 산타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백화점을 터는 강도로 묘사한 <나쁜 산타>도 지난해에 소개됐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로 꼽히곤 하는 1946년작 <멋진 인생>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이제 실종됐거나 멸종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것이 어제오늘 벌어진 일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그 기점을 “크리스마스 코미디라는 서브 장르의 탄생을 알린” 1990년 <나홀로 집에>로 잡고 있다. 이후 1994년 <산타클로스>, 2000년 <그린치> 등이 전통과 결별한 크리스마스 영화들. 지난해 그리고 올해로 접어들면서, 냉소적 성향이 더 짙어지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안티-홀리데이’ 트렌드에 대해 영화 역사가 데이비드 톰슨은 이렇게 말한다. “크리스마스는 서로 싫어하는 친척들이 모여서 취하고 싸우는, 유쾌하지 않은 날이 됐다. 이제 크리스마스 영화 다수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변화는 텍스트를 대하는 젊은 관객의 태도로도 나타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진지한 스토리를 조롱한다. 우스꽝스럽게 포장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정신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물론 <멋진 인생>은 TV에선 여전히 크리스마스 인기 프로지만, 극장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린이, 미스터리, 영감, 유머, 교훈” 등의 요소가 크리스마스 영화의 성공 조건이라지만, 극장에선 이조차도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가 하면,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냉소적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이를테면, <폴라 익스프레스>처럼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에 가까운 작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이즈음 블록버스터의 흥행 패턴과 달리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1억1천만달러 흥행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예외없는 규칙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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