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2월26일(일) 밤 11시50분
신상옥 감독 특별전 마지막 작품은 1967년작 <꿈>이다. 이광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꿈>을 신상옥 감독은 두번 만든다. 1955년작, 황남 주연의 것과 신영균 주연의 1967년작 이렇게 두편인데, 신상옥 감독은 1955년작을 더 아낀다고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작품은 현재 필름이 남아 있지 않다.
알다시피 <꿈>은 <삼국유사>에 실린 조신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일장춘몽인 인생의 허무함을 얘기하는 이 설화는 한국 ‘꿈의 문학’의 원조격인 얘기이다. 승려인 조신(신영균)은 어느 날 절을 찾은 양반집 규수이자 태수의 딸 달례(김혜정)를 본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에 조신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번뇌에 빠지고 만다. 결국 그는 승려의 신분을 망각하고 달례와 함께 마을을 떠나 산속에서 가정을 꾸미고 산다. 마을에서는 태수와 달례의 약혼자 모례가 이들을 뒤쫓고, 끝내 조신은 모례의 군사들에 붙잡혀 처형당한다. 물론, 깨어나보니 조신이 잠깐 조는 사이 꾼 꿈이었다.
이 작품은 이광수의 원작을 <시집가는 날>(1956)의 오영진이 각색했다. <꿈>은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두편 외에도 한번 더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1990년 배창호가 연출한 동명의 작품이 그것이다. 그만큼 원작이 지니는 영화적 매력이 큰 작품이라 할 만하다.
영화 <꿈>은 문학작품이 원작이란 면에선 문예영화이긴 하지만, 장르로 보면 특이하게도 최근에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판타지영화의 계보에 속한다 하겠다. 주인공 조신은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사랑을 ‘꿈’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한국 고전영화 중 몇 안 되는 판타지영화의 계보에 속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