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천하무적> 좋은 출발, 펑샤오강 감독의 최고 흥행작 될 듯
2004-12-30
글 : 이홍대 (베이징 통신원)

펑씨 영화, 중국의 대표 코미디로 도약

올 연말에도 베이징 극장가에는 펑샤오강의 영화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설 특선영화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하세편’(賀歲片)의 대명사 펑샤오강의 영화가 올해도 변함없이 연말 극장가에서 중국 인민들의 환영을 한몸에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역시 지난해 이 시기 개봉한 펑샤오강의 하세편 <셀폰>의 첫날 입장수입의 두배가 넘는 510만인민폐의 입장수입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한 <천하무적>은 개봉 10일째인 지난 12월18일, 이미 8천만인민폐의 흥행 성적을 거둬 펑샤오강 자신은 물론 제작사의 예상 흥행수입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를 달성했다. 이로써 <천하무적>은 펑샤오강의 최고 흥행작이자 중국 내 대표적 장르영화 감독으로서의 펑샤오강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작품이 되었다.

사실 중국 내에서 연말연시 개봉하는 하세편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펑샤오강이다. 홍콩에서 매년 설 연휴를 전후해서 개봉하는 하세편은 대중 스타들의 대거 출연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 장르를 특징으로 한다. 98년 <갑방을방>을 시작으로 99년 <불견불산>, 2000년 <몰완몰료> 등 영화제목만으로도 비슷한 하세편을 잇따라 제작하며 중국 관객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펑샤오강은 중국내에서는 이제 그의 영화마다 주연을 맡는 대중스타 갈우보다 더 유명한 영화인이 되었다. 그동안 동일한 배우 기용과 이곳에서는 ‘펑씨 영화’라고 칭해지는 독특한 코미디 스타일을 지닌 저예산 영화제작을 고수한 펑샤오강 감독은 2001년 제작한 <따완>에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주연배우 갈우 외에 미국 배우 도널드 서덜런드와 홍콩 배우 관지림 등 타 지역 배우들을 기용하고, ‘펑씨 영화’의 대표적 특징인 베이징 방언을 이용한 유머와 중국 관객만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 전개를 자제하며 좀더 ‘대중’적인 내용의 영화를 추구하기 시작하는데, 이번 <천하무적>에서는 그러한 펑샤오강의 변화를 더욱 명백히 하고 있다.

홍콩 배우 유덕화와 대만의 가수 겸 배우인 유약영이 소매치기 부부 역으로 주연하고 갈우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유덕화와 유약영이 분한 소매치기 부부는 기차에서 우연히 도시에서 푼돈을 벌고 고향으로 향하는 시골 청년을 만나게 되고 처음에는 청년의 돈을 노리다가 ‘세상에 도둑은 없다’(天下無賊)고 믿는 청년의 순진함에 마음이 흔들려 갈우 등이 분한 다른 소매치기단으로부터 청년을 보호하기로 한다.

12월23일 개봉하는 주성치의 <쿵푸 허슬>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장이모 외에는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중국 내 1억인민폐의 흥행고지를 펑샤오강이 점령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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