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영원한 청춘 로맨스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2004-12-30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EBS 1월1일(토) 밤 11시50분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가장 강렬한 비극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로도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적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당시 10대 소년 소녀였던 레오나드 위팅과 올리비아 허시를 기용했고 그들은 대담한 연기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앳된 배우들의 사랑 연기는 당시로선 하나의 ‘추문’으로 남을 법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의 연인들이 만나 짧은 인연을 나눈 뒤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줄거리다. 사랑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어이없이 헤어진다. 원작과 영화가 거의 다르지 않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니노 로타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 만남으로부터 그들의 기이한 작별까지 니노 로타의 애잔한 음악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 요소로 남는다. 니노 로타는 이외에 <대부> 시리즈와 펠리니 영화의 작곡가로 알려졌다.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 올리비아 허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녀의 대표작으로 남을 정도인데 다른 줄리엣의 이미지를 쉽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녀의 자태는 곱다. 아이처럼 맑은 눈매와 생머리의 올리비아 허시는 1970년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어, 여성 스타의 대표적 아이콘 중 하나로 등장했을 정도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오디션에 응모했지만 불합격 처리된 올리비아 허시는 울다가 복도에서 제피렐리 감독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올리비아가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왜 내가 줄리엣이 아니죠? 나만큼 아름다운 줄리엣을 본 적이 있나요?”라고 말이다. 고전적 미와 현대적 관능미를 고루 갖춘 여배우를 찾겠다고 결심했던 감독은 그때 올리비아 허시의 모습을 보고 반해,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원래 건축을 전공했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오페라 등의 경험을 쌓으며 영화계로 입문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후 그는 계속해서 <나사렛 예수> 등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화려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챔프>(1979)와 <끝없는 사랑>(1981)에서 보이듯 제피렐리 감독은 이른바, 최루성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으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연출자 중 한 사람이다. 이외에 제피렐리 감독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재해석하고, 오페라 원작의 영화화 등 특유의 고풍스런 낭만주의를 담은 작품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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