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리뷰]
예술영화 전문 브랜드 ‘블랙하우스’의 세 편
2004-12-31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예술영화 전문 DVD 브랜드 ‘블랙하우스’에 주목하는 건 예술영화를 지속적으로 배급해온 백두대간과 메이저 영화사인 콜럼비아의 클래식 라인업이 DVD 제작을 위해 손잡았기 때문이다. 이 거래는 시장 이점을 활용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미 스펙트럼과 퍼시픽 엔터테인먼트가 유사한 형태로 진행해오던 것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라 하겠다. 모쪼록 둘의 동거가 소외된 분야 DVD의 부흥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훌륭한 처방이 되길 바란다.

1차로 소개되는 <아타나주아> <블러디 선데이> <카란디루>는 다양한 정치적 알레고리가 토대를 이루는 작품들이다. 셋은 편협과 폭력과 권력에의 의지가 낳은 ‘마음의 악마와 감옥’에 관해 이야기한다. 칸영화제의 21세기 첫 발견인 <아타나주아>는 영화 사상 가장 낯설고 경이로운 체험이다. 이뉴잇족이 자신의 입으로 토해낸 이야기는 80년 전 로버트 플래허티의 작업을 무색하게 만들며, 원시적이고 토속적인 공간과 약속, 믿음, 윤회 그리고 신화의 세계를 엮은 비극적 서사는 이드리사 우에드라고의 <틸라이>와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가베>에 맞닿아 있다. 1972년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을 기록한 <블러디 선데이>는 재현의 예술로서 영화가 만들어낸 탁월한 성과다. 시종일관 흔들리면서 기록과 몰입 사이를 오가는 카메라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분열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실이라곤 없다’는 교도소, <카란디루>는 그곳에 파견됐던 의사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교도소 안의 현재와 수감자들의 과거를 종횡으로 연결하는 데선 <거미여인의 키스>가, 생존을 위한 투쟁과 열악한 현실에 대한 언급에선 그 이전의 <픽소테>가 기억난다. 오랜만에 귀환한 헥토르 바벤코의 이름이 반가운 작품이다. <블러디 선데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를 부르기 전 보노는 ‘이 노래를 더이상 부르지 않아도 되는 날을 희망한다’고 말한다. 세 영화는 그날을 위한 멈추지 않는 노력과 같다.

블랙하우스는 정성일, 황진미, 김규항의 음성해설과 국내에서 제작된 몇몇 부록을 수록하는 등 외국영화의 한국형 DVD를 지향하고 있다. 그외 감독 음성해설, 메이킹 필름, 삭제장면, 역사적 자료 등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오리지널 부록들이 알찬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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