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멜로배우의 두근두근 체인지, <신석기 블루스>의 김지성
2005-01-06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신석기 블루스>를 이미 본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도대체 영화 속 어떤 순간에 나왔는지 되짚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지성이 영화에 출연했던 절대적 분량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가 얼굴을 비추는 것은 단 네신. 그러나 밤이면 밤마다 남편과 사이좋게 ‘작업’에 나서고,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검은 타이츠 복장으로 남편과 함께 요란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적어도 이 못 말리는 도둑 부부가 어줍게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순간만큼은 그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몸을 묶은 로프를 조절하는 남편에게, 경보장치가 울리지 않을 한계치 ‘바닥으로부터 50cm’를 절대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한 그가 2층 높이에서 몸을 날린다. 그러나 결국 허무하게 바닥을 치게 되는 그가 냉랭하게 내뱉는 대사는 이렇다. “바닥이다, 이 문딩아∼.” 그리고 극장 안은 웃음의 도가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가민가할 사람이 있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영화사 직원조차 시사회장을 찾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눈만 멀뚱거렸다니까. 유일한 TV 출연작이었던 드라마 <유리구두>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청은 촬영현장에서 인사를 건넨 그를 보고 한참 뒤에서야 “어머, 니가 이게 웬일이니∼”라며 걱정어린 인사말을 건넸다. 이성재를 능가하는 변화무쌍함을 선보인 그 역시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 자신이 나오는 순간 포복절도하는 옆자리 관객에게 “정말 그렇게 웃겨요? 저 사람이 바로 나예요∼”라는 말이 하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다고 전한다.

고3때까지 그림을 그렸던 그가 돌연 진로를 전환하여 산울림에 들어간 것이 1994년. 다른 방향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예대 극작과에 재학했던 시기를 빼면, 그도 이제 경력 8년의 중견배우다. 그러나 자칭 ‘멜로배우’라는 김지성. 그간 밀양연극축제대상작인 <한여름밤의 꿈>과 작년에 첫선을 보여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사천의 착한 여자> 등의 대표작에서 그는 남자들의 사랑과 여자들의 시샘을 한몸에 받는 주인공이었다. 그러므로 <한여름밤의 꿈>에서 그를 처음 발견한 김도혁 감독이 아낌없이 망가지는 캐릭터로 그를 캐스팅한 것은 예상가능한 뻔한 수가 아니었다. 물론 영화 속에서 한순간 웃음을 유발한 뒤 뇌리에 남게 되는 감초 역할을 카리스마 넘치는 연극배우들이 도맡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것도 선굵은 남자배우에게나 해당하는 일. 한창때의 꽃다운 여배우에게는 여전히 남의 일 아니었던가. “나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해준 감독님께 감사한다.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면서 즐겁게 작업했다.”

촬영장에서나 극장 안에서 자신의 출연분량이 다가올 때는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 없었다는 그는, 2월부터 무대에 올릴 천상병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 <소풍>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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