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액션스릴러 <튜브>는 제작상의 우여곡절(촬영기간만 8개월로 알려졌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한 개봉 연기, 개봉 뒤의 혹평 등 여러 가지 악재를 거쳐야 했던 불운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백운학 감독과 주연배우 김석훈, 양근찬 프로듀서가 참여한 오디오 코멘터리에서는 온갖 난관을 헤쳐나온 뒤의 아쉬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첫 장면부터 감독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린다. “편집이 잘못됐다. 엑스트라가 좀더 많았더라면 장면의 혼란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시작된 코멘터리는 장면마다 현실적인 제약이나 준비 부족 등의 여러 이유로 인해 원래의 의도와 멀어진 부분들을 집어내는 발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마치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벌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뭔가 부족해. 심미안을 더 길러야 돼’라는 혼잣말 같은 다짐도 들린다. 심지어는 코멘터리 진행 중 김석훈이 “왜 나쁜 점만 그렇게 보느냐”라는 이야기를 몇 차례 했을까. 하지만 그렇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만큼 잘된 장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부심을 피력하기도 한다는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참여자들이 모두 고르게 발언하고 있고, 한탄에 가까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진솔함마저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들의 까맣게 탄 속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몇몇 다른 영화들처럼 ‘변명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 본 코멘터리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듣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는 아니었는데….”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culture stage]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
-
[오수경의 TVIEW] Mr. 플랑크톤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
-
극장은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 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 오늘의 영화관
-
[특집] 환영합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극장에 입장하세요! - 노인, 장애인 관객이 말하는 영화관 이용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극장에 필요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