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녹이는 법을 주드 로가 강연한다. <섹스 & 시티>의 주드 로 버전인 <나를 책임져, 알피>는 1966년 영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마이클 케인을 스타로 만들었던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영화다. 원작 무대인 런던이 맨해튼으로 바뀌었지만 실제 촬영 장소는 그대로 런던. 마이클 케인의 젊은 날을 쏙 빼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주드 로는 번들거리는 말솜씨와 구치에서 프라다에 이르는 명품 목록으로 모든 여자의 마음을 연다.
맨해튼에 사는 영국인 알피는 리무진 운전사. 리무진은 좀더 많은 여성으로 인도하는 매직 카펫이다. <어바웃 어 보이>의 휴 그랜트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척하며 아이 엄마인 줄리(마리사 토메이)를 사귀기도 하고 남편이 바라보지도 않는 외로운 유부녀를 넘보기도 한다. 바람의 목록은 점점 길어진다. 화장품 업계의 거물 리즈(수잔 서랜던), 모든 남자들이 꿈에 그릴 법한 모델 니키에서 만족하지 않고 목록에 불법 작업까지 포함시킨다. 절친한 친구의 여자친구는 절대 넘지 말아야 하는 경계선이지만 알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알피에게 경계선은 넘으라고 만든 것이다. 거짓말과 부드러움, 잘 훈련된 사기술로 알피는 윤리와 도덕의 경계를 하나둘씩 넘어간다. 1966년판의 터프한 알피보다는 때때로 이타적이기까지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여성화되고 업데이트된 알피라는 게 평론가들의 견해. 물론 여자들도 변했다. 여자들은 한국어판 제목과 달리 알피에게 목을 매지 않는다. 알피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남자를 사귀고 알피에게 “너보다 젊거든”이라며 약을 올릴 줄도 안다.
이제 문제는 알피가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 페미니즘과 낙태와 에이즈의 문제들을 알피는 어떻게 헤쳐나갈까. 여성들이 더 현명해지고 더욱 힘이 세진 시대, 그리고 생각없는 바람둥이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에 알피는 어떤 생존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