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베니스의 상인>이 동성애 논란에 휩싸였다. <일 포스티노>의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이 연출한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가지고 있던 반유대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개봉되기도 전에 이미 우려를 샀던 영화다. 래드퍼드는 16세기 베니스에서 유대인이 직면했던 차별을 강조함으로써 유대인 상인 샤일록에 관한 악의어린 묘사를 완화했지만, 그 대신 영화 초반 두 남자의 키스신 때문에 또 다른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문제가 된 장면은 안토니오와 친구 밧사니오의 키스다. 안토니오는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러온 밧사니오를 침실로 인도하고, 밧사니오는 그의 도움에 감사하며 키스를 한다.
래드퍼드는 “포샤와 안토니오를 향한 밧사니오의 감정이 시험대에 오르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마지막 장(章) 때문에, 밧사니오를 향한 안토니오의 사랑을 강조하는 게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장면을 직접 연기해야 했던 주연 조셉 파인즈와 제레미 아이언스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밧사니오 역의 조셉 파인즈는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것은 그 모호함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두 남자가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밝히지 않았고, 배우들에게 맡겼다. 나는 그들이 함께 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라고 말해, 래드퍼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안토니오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는 좀더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는 “두 남자의 키스를 목격했다고 해서 섣불리 잘못된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면서 “셰익스피어 시대에 남자들 사이의 플라토닉한 사랑은 지고한 사랑의 한 형태였다. 나는 이 영화의 키스장면이 동성애를 암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와 셰익스피어: 시인과의 모험>을 쓴 셰익스피어 연구가 허먼 갈랍은 안토니오와 밧사니오의 애정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해석일 뿐, 원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래드퍼드가 강조하는 것도 각색하는 이의 자유. 그러므로 <베니스의 상인>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그저 ‘헛소동’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