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나는 아직 어리숙한 광대”, <몽정기2>의 강은비
2005-01-13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몽정기2>의 오성은은 1차 성징이 없는 발육부진에 어리버리한 캐릭터다. 그 역을 맡은 강은비는 스스로 “어리숙함”을 자처하며 맞장구를 친다. 사진기자가 동선이 잘 드러나는 포즈를 요구하자 “몸 곡선이 없어서, 참”이라고 털털하게 답하는 강은비(19)는 3500 대 1이라는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몽정기2>의 주인공을 거머쥔다. 오디션 과정에서 친구를 시켜 경쟁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한 사례나 셰익스피어 희극 <뜻대로 하세요>의 피비 역의 연기를 펼쳤던 그녀는 단순한 ‘얼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강은비는 흡수가 빠른 스펀지 같다. “처음에는 연기를 너무 못해서 스탭들한테 미움도 많이 샀다”는 자평이나 영화를 찍는 동안 소원했던 학교 친구들이 출석부에 ‘에로배우’라고 적었던 에피소드를 순순히 털어놓는 것도 평소의 유연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원래 내성적이던 성격도 박슬기, 전혜빈과 어울리며 외향적으로 변해갔다”는 술회도 그러하다. 배우가 되기 전 초등학교 2학년부터 9년간 하던 한국무용을 그만두고, 예고에서 일반고등학교로 전학한 이력은 인상적이다. “무용으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툭하면 발톱이 빠지고, 매일 체중 500g만 늘어도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나며 실력을 쌓은 무용을 하루아침에 포기하고, “친구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어가며” 연기로 진로를 바꾸는 일은 열일곱 여고생에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몽정기2>가 지금 학생들의 현실과 좀 동떨어져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1991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여고생들이 예쁘게 보이도록 연출하려는 감독님의 의도”라고 설명한다. 샤워씬의 노출장면에 대해서도 실제 시나리오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반은 속고 반은 알고 갔다”는 답하는 모습에서 ‘어리숙함’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처음 작품에 캐스팅되고 몸도 마음도 붕 뜬 상태였을 때, 그녀는 자신의 좌우명을 되뇌었다. “나는 아직 어리숙한 광대”라고.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 남동생과 나이 드신 부모님을 걱정하며 사회생활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녀는 어리숙할지는 몰라도 어리지는 않다. 관객이 식상할 테니까 다음에는 고등학생 역은 하지 않겠단다. TV단막극의 주연이나 영화에서 주인공보다는 다양한 조연을 맡아서 일단 연기력을 기르고 싶다는 의사표시는 느긋하게 멀리 내다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강은비는 현재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수시전형에 합격한 상태. 그녀가 궁극적으로 되고자 하는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는 호평보다는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는 반응을 듣는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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