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아들의 인간성을 회복시킨 부정의 힘, <아버지의 이름으로>
2005-01-13
글 : 김의찬 (영화평론가)

EBS 1월15일(토) 밤 11시

짐 셰리던 감독은 그의 영화적 신념에 비해 비교적 과소평가받는 감독에 속한다.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에 갇혀 대중영화를 만드는, 극히 평범한 연출자로 취급받지는 않는지. 짐 셰리던은 북아일랜드에서 있었던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룬 <블러디 선데이>를 제작했으며 <아버지의 이름으로>와 <천사의 아이들>(원제는 ) 등 가볍지 않은 작품을 꾸준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천사의 아이들>은 짐 셰리던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가난하게 사는 한 부부와 두딸이 있다. 놀이동산을 방문한 아버지는 딸의 부탁으로 E.T. 인형을 하나 얻으려고 한다. 공짜가 아니라 게임의 대가로. 구멍 속으로 공을 몇개 던져넣으면 인형을 얻고, 아니면 돈을 모두 날린다. 황당한 게임을 멈추지 않으면서, 결국엔 재산을 남김없이 털면서 아버지는 말한다. “아이에게 ‘포기’를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애틋한 아버지의 정을 담은 영화로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역시 남부럽지 않으며 감독의 자기반영적 특징을 지닌 작품세계 역시 여전하다. 북아일랜드 청년 제리 콘론은 일자리 없이 소매치기로 살아간다. 아버지는 그의 건달 생활을 청산시키기 위해 아들을 영국으로 보낸다. 1974년 10월, 길포드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진다. 제리와 폴은 곧바로 테러리스트 퇴치법의 그물망에 걸려든다. 법에 따르면 혐의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은 체포할 수 있으며 변호사 없이 7일간 취조할 수 있다. 육체적, 심리적 고문에 못 이겨 그들은 작성된 자백서에 사인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실제로 존재했던 ‘제리 콘론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감옥에서 함께 지내게 되며 이들 사이에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오해와 갈등의 그림자를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한다. 특히 제리 콘론은 감옥에서 평화적 투쟁에 대한 아버지의 신념을 따르게 되며 인간적 성숙을 이루게 된다. 허술한 구석이 없지 않은 시나리오를 보완해주는 것은, 배우의 연기다. <나의 왼발>에 출연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감옥장면을 위해 금식하고 잠을 안 자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전해진다. 짐 셰리던 감독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으며 뉴욕대학 출신.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가 <나의 왼발>을 감독했다. 이후 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와 <더 복서> <천사의 아이들> 등 평균적으로 3∼4년에 한편 정도 영화를 만들면서 신중한 필모그래피를 작성 중이다. 다음 작품으로는 다이앤 키튼이 출연 예정인 <다빈치의 어머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