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성치 패밀리’ 배우 4인 - 전계문, 진국곤, 임자총, 원추 인터뷰
2005-01-13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주성치 영화는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

진국곤, 원추, 전계문, 임자총(왼쪽부터).

<쿵푸 허슬>은 캐릭터로 이루어진 영화지만 캐릭터를 설명하기가 난감한 영화이기도 하다. 인물이 매우 많고 배분이 고르기 때문이다. 돼지촌의 선한 고수들과 도끼단의 악당들이 있고, 한때 잊혀졌던 액션배우들과 막 떠오르는 신예들이 있다. 그들 중에서 네명이 주성치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전계문과 진국곤, 임자총은 <소림축구>에 주성치의 사형과 사제로 출연해 낯이 익은 배우들. 이들에게 고모뻘 되는 원추는 홍금보, 성룡과 함께 칠소복의 일원이었던 배우로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도 출연했지만 결혼하면서 사라졌었다. 일년 넘는 시간을 함께한 이들은 인터뷰 사이 잠깐 시간이 났을 때도 떠들썩하게 장난을 치면서 동대문으로 쇼핑하러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전계문과 임자총은 <소림축구>와 달리 액션연기가 없다. 심심하지 않았나.

=전계문 | <소림축구>에서 이미 우리 무공이 얼마나 출중한지 보여주었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은 없었다. (웃음) 우리가 무술연기를 하면 원추가 할 일이 없어지지 않았겠는가.

임자총 | 나는 <소림축구>를 찍는 내내 거의 공중에서 연기를 했다. 나를 들어올리려면 정말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조감독이 이번엔 땅 위에서만 연기하라고 하더라. (웃음)

-원추는 다른 배우가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사이에 주성치의 눈에 띄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원추 | 친구들끼리 모여 차마시며 떠들고 있는데 <쿵푸 허슬> 조감독이 전화를 해서 오디션을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후배인 여배우와 함께 갔는데, 카메라 테스트 시간이 너무 길어서, 혼자 앉아 신문을 읽고 담배를 피웠다. 마침 주성치가 그 모습을 본 거였다. 다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주성치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무술을 했기 때문에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열흘 정도 연습을 하고 곧바로 연기를 시작했다.

-진국곤은 이소룡과 닮은 외모 때문에 <소림축구>에 발탁됐다. 이소룡은 주성치의 우상인데도, 당신을 악역에 기용한 건 뜻밖이었다.

=진국곤 | 처음엔 나도 놀랐지만 지금은 만족한다. 지금까지 나는 이소룡 이미지가 너무 강해 어려운 점이 많았다.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면 이소룡이다, 라고 수군거리곤 했다. 이 영화로 이소룡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다.

-주성치는 배우에게 매우 많은 걸 요구하는 감독이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원추 | 감독은 누구나 배우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쿵푸 허슬>을 찍으면서 힘들었던 건 주성치의 요구가 아니라 더위와 모기였다. 그리고 대사가 너무 많아서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기도 했다. 정말, 농담이 아니다.

=진국곤 | 전계문과 나는 그 더운 날씨에도 정장을 입어야 했다.

=임자총 | 나는 거의 내내 주성치와 붙어서 연기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긴장이 돼서 대사도 많이 틀렸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주성치와 같은 화면에 나오는데, 내 얼굴이 화면의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었다. (웃음)

-<쿵푸 허슬>은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었는데도 기대를 받는 영화였다. 주성치의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주성치에게 그런 신뢰와 기대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는가.

=전계문 | 맞는 말이다. 홍콩 관객은 주성치의 영화라면 무조건 기다린다. 그의 영화는 보는 내내 시원하게 웃을 수 있고, 보고 난 다음에는, 친구와 친지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풍성한 화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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