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정이현의 해석남녀] 신석기 블루스의 ’신석기’
2005-01-14
글 : 정이현 (소설가)
못생겨서 푸대접 받는 대한민국 변호사님? 진짜 마이너가 열받네

하루아침에 잘생긴 변호사에서 못생긴 변호사로 전락한 당신, ‘못생긴 게 죈가요?’ 라고 물으셨죠? 물론 죄가 아니죠. 하지만 솔직하게 말 할게요. 신석기 변호사님, 당신 그렇게 심하게 못생긴 거 절대 아니거든요? 뽀글거리는 머리칼. 그게 뭐 대순가요. 정 맘에 걸린다면 스트레이트파마를 하거나 헤어 젤 발라서 정리하면 되지요. 삐뚤삐뚤한 치열과 웃을 때 사정없이 드러나는 잇몸. 가까운 교정전문 치과를 방문해 보세요. 소정의 시간과 금액을 투자하면, 숙련된 전문의가 당신의 스마일라인을 몰라보게 바꿔 줄 테니까.

아, 비용이 문제시라고요? 당신은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도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런 이런, 법전만 들입다 파시느라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시나 봐요. 잊지 마세요. 당신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인정한 변호사자격 보유자랍니다. 억만금을 주고도 못사는 바로 그것 말이에요. 당신은 무담보, 무보증으로 얼마든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요. 변호사, 의사, 회계사에게는 특별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도 많다는 것까지 제가 콕 집어 알려드려야 하나요? 하긴 그 정도 혜택도 없다면 대체 왜 수만 명에 달하는 이 땅의 젊은이가 목숨 걸고 사법고시에 매달리겠어요. 몇 년째 계속 낙방하지만, 인생역전에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불철주야 식음 전폐 공부 중인 고시폐인들이 당신을 보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요? 변호사만 될 수다면, 까짓 얼굴 좀 못생긴 게 무슨 문제겠어요!

단언하건데, 연예계가 아닌 공적 영역에서 못생긴 남자가 잘생긴 남자에 비해 차별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뚱뚱하고 박색인 여자가 겪을 차별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할까요. 물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용모 단정한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이지요. 하지만 사회적 권력이 개입되면 문제가 전혀 달라져요. 맞선시장 마담뚜 아줌마들은 미끈한 꽃미남 스타일의 회사원보다 신석기 변호사님에게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줄 거예요. 당신의 드라큘라 형 치아, 눈가 주름살,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외적 조건들은 순박함과 우직함, 신뢰성과 인간미의 상징으로 호명되겠죠. 아저씨 세계, 혹은 제도권 권력의 질서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미묘하답니다.

그래서, 단지 촌스런 행색과 못생긴 외모 때문에 어딜 가나 푸대접 받는 당신의 고난 기는 ‘가짜’처럼 보이네요. 한국사회에 엄존하는 절실한 ‘진짜 차별’과 ‘진짜 모순’이 그 틈에 스리슬쩍 덮이는 것 같아 불편해요. 신석기 변호사님, 우리 한번 까놓고 말해 봐요. ‘성공한 남자의 사회적 외모’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제발 엄살 피우지 마시고요. 엄마 앞에 변호사 사윗감 턱 데려가는 게 소원이던 여자와 결혼까지 하셨으니, 이제 안 어울리는 마이너리그 역할놀이는 그만 두세요. 외모‘마저’ 걸림돌인 진짜 마이너 리거들을 정말이지 두 번 죽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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