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치열한 한 여자의 혼을 좇아서, <청연> 촬영현장
2005-01-14
글 : 김수경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장진영·김주혁 주연의 <청연> 촬영현장

‘푸른 제비’가 다시 날아오른다. 다치가와역을 중심으로 양켠에 몸을 드러내는 거대한 블루매트. 그 옆은 일본어 간판의 창고와 대중식당이 1930년대 일본 풍경을 연출한다. 3982 번호판을 단 시볼레의 트렁크를 열고 짐을 내리는 경원(장진영)과 지혁(김주혁)의 모습. 이곳은 <청연>의 117회차 촬영현장인 부천판타스틱스튜디오 <야인시대> 세트장이다. 강설기에서 눈이 흩날리고 꽃소금 포대와 모래를 거르는 체를 손에 쥔 미술팀이 촬영장 곳곳에 가짜 눈 꽃소금을 뿌리는 세팅이 완료되면 카메라가 돌기 시작한다. TV, 신문, 영화잡지, 인터넷을 비롯하여 45군데에서 몰려든 기자들과 스탭 60명, 엑스트라 90명이 어우러져 좁지 않은 현장은 발디딜 틈이 없다.

컷 사인이 나면 반복해서 들리는 조감독의 목소리. “자, 모두 원위치.” 90명의 엑스트라가 행인으로 등장할 때면 테이크마다 전 스탭은 인물들의 동선을 챙기느라 정신없다. 삼거리의 각 방향에서 역전으로 밀려드는 인력거, 쌀수레, 교복입은 학생들이 장관을 이룬다. 국민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양복에 23호 치수의 흰색 운전사 모자를 쓰고 낭랑한 목소리를 내지르는 박경원. 아버지(이승호)에게 쥐어터져 눈두덩이 퉁퉁 붓고 선명하게 긁힌 얼굴로도 연신 싱글벙글인 한지혁. 엑스트라 한 사람마다 출연 여부를 일일이 지시하는 윤종찬 감독은 건물 안의 모니터에서 뛰쳐나와 카메라 옆에 붙었다.

박경원 역의 장진영은 “<청연>의 매 장면이 스스로의 한계와 도전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고 술회하고 15회차 남은 촬영을 언급하며 “이게 끝이 있을까 싶었다”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지혁으로 분한 김주혁은 “한 회사에 들어와 나가기 싫은데 나가야 하는 느낌”이라며 촬영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준비기간 3년, 제작비 100억원, 3개국 해외촬영만 7개월이 소요된 블록버스터 <청연>에 대해 윤 감독은 “한 여자의 혼을 좇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영웅담이 아닌 치열한 한 인간을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시각효과를 맡은 인사이트 비주얼의 강종익 대표는 “처음에는 400컷, 아무리 많아도 500컷을 예상했다. 왜냐하면 국내 최고였던 <태극기 휘날리며>가 540컷이었으니까. <청연>은 현재 추세로 900컷, 아무리 줄여도 800컷이다. 국내 최고 물량이지만 이제까지 촬영분량이 좋았으니 자신있다”고 이미 진행형인 엄청난 후반작업을 암시했다. 2월 중순 촬영을 완료할 <청연>은 올해 6월 개봉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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