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천사들의 도시에는 퇴마사가 산다, 해외신작 <콘스탄틴>
2005-01-14
글 : 김혜리

캘리포니아에도 퇴마사라는 직업이 있으니, 바로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이 대표적 인사다. 하지만 굴뚝처럼 담배와 마약을 피워대고 알코올에 목까지 잠겨 사는 콘스탄틴이 로스앤젤레스에 창궐하는 악마보다 시급히 퇴치해야 할 적은 그의 폐에 돋아난 암종들. 코앞에 닥친 사신의 그림자를 보며 발목을 끌어당기는 지옥과 싸우던 그는, 쌍둥이 자매의 자살에 흑막이 있다고 믿는 형사 안젤라 도드슨(레이첼 와이즈)과 만난다. 유사한 미심쩍은 자살들을 접하며 진실을 파헤치는 도정에서 콘스탄틴과 도드슨은 모퉁이마다 출몰하는 악마와 천사들을 상대한다. 전직 퇴마사로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오컬트 업계 종사자들을 돌보는 파파 미드나이트(지몬 혼수) 등의 친구들이 두 사람의 조력자다.

할리우드의 눈길을 끌기에는 지나치게 컬트적 인기를 누리는 만화로 보였던 <존 콘스탄틴: 헬블레이저>를 스크린에 옮기겠다고 뛰어든 야심가는, 에어로스미스 등의 뮤직비디오로 알려진 신인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애초의 제목 <헬 블레이저>는 <헬레이저>와 혼동되기 십상이라 <콘스탄틴>으로 개명됐고, 트렌치 코트를 걸친 퇴마사의 주거지는 리버풀에서 LA로 바뀌었다. ‘천사들의 도시’가 지닌 천의 얼굴 가운데 감독이 <콘스탄틴>의 공간으로 특별히 불러들인 것은 <차이나타운>과 <트레이닝 데이>의 도시 LA. 따라서 영화의 비주얼도 <쎄븐> 이후 네오누아르의 계보에 속한다는 풍문이다.

새뮤얼 대시엘 해밋 소설의 탐정 샘 스페이드를 닮은 존 콘스탄틴의 캐릭터는, 관객에게 ‘<엑소시스트>+<더티 해리>’로 요약되는 상상도를 그리도록 부추겨왔다. 주연 키아누 리브스는 “쉽게 다치고 감정적인 남자”라는 점에서 <매트릭스>의 네오와 콘스탄틴이 닮았다고, 한 인터뷰에서 해석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시사회에서 흘러나온 평은 그의 연기에 호의적이지 않다. 스스로 무엇인가에 취하고 사로잡힌 상태로, 거대한 힘과 맞서 싸우는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중론이다. 반면 자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의식을 탕감하기 위해 진실에 매달리는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는 흡족한 평가를 얻고 있다.

“<콘스탄틴>은 특정한 장르영화가 아니다. 초자연적 스릴러도 아니고 호러영화도, 도끼 살인자에게 줄줄이 살해당하는 틴에이저 이야기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의 괴이한 칵테일이다”라는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의 자평은 <콘스탄틴>의 장점과 함정을 동시에 귀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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