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이 벼르고 별러서 만드는 필생의 역작이 관객에게 자주 외면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의 카린 제임스는 1월11일치 ‘비평가 수첩’ 칼럼에서 할리우드의 속쓰린 징크스를 분석했다. 칼럼의 계기는 지난해 말 미국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냉대받은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사진)와 케빈 스페이시의 <비욘드 더 시>. <알렉산더>는 올리버 스톤이 영화학교 학생 시절부터 꿈꾼 프로젝트로 제작을 추진한 지 15년 만에 빛을 본 작품이며, 케빈 스페이시가 감독, 각본, 연기를 도맡은 <비욘드 더 시>는 스페이시 가족의 거대한 우상이었던 가수 바비 다린의 인생을 그린 영화다.
오랜 꿈의 소산인 이 영화들이 대중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원인을 카린 제임스는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오랜 시간 많은 스튜디오들을 전전하며 겪는 끝없는 시나리오 수정 과정은 작품이 애초에 지녔던 생명력과 에너지를 말려버리기 일쑤다. 둘째, 감독이 프로젝트에 향한 열정에 눈멀어 관객에게 이 스토리가 왜 귀기울일 만한 이야기인지, 왜 주인공이 중요한 인물인지 설명하는 의무를 망각하기 쉽다. 카린 제임스는 <알렉산더>와 <비욘드 더 시>의 실패가 두 가지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임스는 고대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관심부터 바이섹슈얼 캐릭터를 용인하지 못하는 윤리적 근본주의까지 영화의 완성도를 제외한 모든 요소에 <알렉산더>의 패인을 돌리고 있는 올리버 스톤 감독을 은근히 비판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새 애인을 선택한 친구를 보며 ‘대체 저 남자가 뭐가 좋다는 거지?’라고 되뇌는 느낌과 같다”는 것이 <알렉산더>에 대한 제임스의 소감이다.
카린 제임스에게 좋은 방증은 마틴 스코시즈의 <에비에이터>. 그는 워런 비티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들의 오랜 꿈이었던 <에비에이터>가, 스코시즈 개인이 24년 동안 준비해 찍은 <갱스 오브 뉴욕>에 비해 훨씬 재미있는 영화라는 점을 지적한다. <에비에이터>의 냉철하고 다소 거리를 둔 연출이 오히려 영화에 활기와 쾌활함을 부여해줬다는 해석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해서, 그 영화를 만들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이 그의 칼럼을 통해 카린 제임스가 강조하고 있는 할리우드가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