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리뷰]
이냐리투 감독의 구원의 두 손길, <아모레스 페로스><21그램>
2005-01-21
글 : 조성효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봐도 도무지 무슨 얘길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것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들이다. 검은 화면으로 시작되는 <2001년 9월11일>은 엔딩의 하얀 화면을 보기 전까진 이 영화가 9·11 사태로 죽은 영혼들을 달래는 씻김굿이었음을 모른다. 3개의 중편을 실타래처럼 편집한 듯한 장편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나 <21그램>도 마찬가지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20대 가장 ‘옥타비오’의 형 ‘라미로’, 전처에 이어 새 여자도 정리하려는 40대 가장 ‘다니엘’, 오래전 버린 가족에게 전화메모를 어렵게 남기는 60대 킬러 ‘엘 치보’를 다룬 <아모레스 페로스>의 중심소재는 (작가 기예르모 아리아가에 의하면) 가장의 부재다. 이 소재는 <21그램>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된다.

다른 감독들은 <2001년 9월11일>에서 9·11 사태를 미국이 당연히 받아야 할 죗값으로 표현할 때 이냐리투만이 홀로 정치색을 배제한 채 죽은 영혼을 구원하는 주문을 불러주었다. BMW의 광고영화 에서도 다른 감독들이 액션신에 치중할 때 이냐리투는 저승에 간 종군기자의 영혼을 이승의 어머니에게 전달해준다. 자신에게 생명을 준 두 사람, 즉 남편의 심장을 선사한 크리스트나(나오미 왓츠)와 그것을 가능케 한 사고유발자 잭(베니치오 델 토로)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21그램>의 폴(숀 펜)에게는 2세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작가 기예르모가 펼쳐놓은 사람과 신이 부재하는 세상에서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세상에서의 인간에게 필요한 구원이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감독의 영화 두편이 DVD로 출시되었다. 이미 보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복잡하게 표현된 구원의 가능성을 (다시) 느껴볼 양이면 선택해봄직한 타이틀들이다.

<21그램>에는 부록이 전무한데, 이 점은 미국에서 출시된 DVD도 마찬가지다. <아모레스 페로스>의 경우 6분 분량의 피처릿과 뮤직비디오가 담겼는데 감독 코멘터리와 3개의 피처릿과 3개의 뮤직비디오, 3개의 삭제신이 담긴 미국판과는 거리가 있다. 감독은 핸드헬드 카메라와 줄곧 거친 그레인의 필름 질감을 선호해왔는데 <21그램>은 이러한 그레인이 필름 느낌에 가깝게 잘 담겼고 <아모레스 페로스>는 다소 낮은 채도로 담겼다. <21그램>은 DTS 사운드가 지원되나 뛰어난 채널분리도를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사운드면에선 자동차 추격신과 다양한 사운드트랙이 담긴 데뷔작이 더욱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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