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명예의 전당] 모큐멘터리의 대중화 실현,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
2005-01-21

가짜 다큐멘터리, 일명 모큐멘터리의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은 1960년대 후반의 3년 동안 <인간실종> <데이비드 홀즈만의 일기> <돈을 갖고 튀어라>가 연이어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젤리그>와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가 등장해 관객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대중적인 장르로서의 모큐멘터리는 분수령을 맞게 된다.

기존의 모큐멘터리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실험적이고 포스트모던한 스타일을 견지했다면 우디 앨런과 (특히) 로브 라이너의 의뭉한 영화는 일차적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했다. 로브 라이너가 자신을 마틴 디버기로 소개하면서부터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시작한다. 그의 말인즉, 스파이널 탭의 1966년 뉴욕 공연은 로큰롤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만든 경험이었단다. 그래서 그들이 1982년에 새 앨범 <장갑 냄새를 맡아봐>를 홍보하기 위해 미국 공연에 오르자, 그것을 ‘로큐멘터리’로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1964년 영국에서 결성된 뒤 포크록과 사이키델릭록을 거쳐 헤비메탈에 이른 그룹 스파이널 탭. 그들과 감독이 나누는 대화, 1960, 70년대를 배경으로 (물론 가짜로) 만들어진 영상이 간간이 끼어드는 가운데, 미국 공연 중에 벌어진 해프닝과 허풍과 너스레가 영화의 주내용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단지 웃음을 위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쇼비즈니스에 대한 풍자로, 사랑했던 시절과 음악에 대한 향수로, 아니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자들에 대한 애정어린 기록으로 각각 기능하며, <올모스트 훼이모스> <커미트먼트> <스틸 크레이지> 등 수많은 음악영화에 끼친 영향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영화 속 인물이 현실로 뛰어드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해냈다. 실제 뮤지션 경력이 있는 세 주연배우는 로브 라이너와 공동으로 영화음악을 만들었거니와 이후에도 스파이널 탭이란 이름으로 음악활동을 펼쳤고, 1992년엔 앨범 발표와 함께 속편격인 <돌아온 스파이널 탭>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쯤 되면 영화와 영화 밖 현실을 굳이 나누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여기서 주연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게스트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후 <거프만을 기다리며> <베스트 쇼> <마이티 윈드>를 감독하면서 개인적인 모큐멘터리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절판되어 고가에 거래되는 크라이테리언판, MGM 특별판과 부록 하나 없이 출시된 국내 DVD를 비교하면 괴롭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영화의 재미에 웬만한 건 다 용서하게 된다.

글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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