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아픈 아이 앞에 오열하는 모정, <안녕, 형아> 촬영현장
2005-01-24
글 : 김수경
사진 : 정진환
제작비 전액을 인터넷 펀드로 모집한 영화 <안녕, 형아> 촬영현장

카메라 왼쪽은 안과, 소아과. 오른쪽은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발소리 내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우렁찬 채리라 조감독의 목소리가 병원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햇살이 봄볕처럼 쏟아지는 흑석동 중앙대병원 로비는 <안녕, 형아>의 촬영현장이다. 2층부터 4층까지 양쪽 병동을 잇는 결합복도 중간에서 엄마(배종옥)가 휠체어에 앉은 맏아들 한별(서대한)을 나무라다가 오열하는 장면. 멀뚱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는 둘째 한이(박지빈).

롱숏을 찍기 위해 연출용 모니터 위치를 옮겨야 하는 상황으로 옮아간다. 그 과정에서 의자를 손수 옮기며 스탭들을 돕는 베테랑 배종옥. 카메라는 4층 결합복도에 자리잡고 부감으로 건너편 3층 복도의 배우들을 응시한다. 입구와 1층의 전경이 다 드러나는 화면 설정. 촬영부들이 “햇빛 좋을 때 빨리 갑시다”라고 외쳤지만 옆으로 걸리는 취재진과 병원 입구 출입객의 통제, 50여명의 엑스트라들 동선을 챙기다보니 네 테이크 만에 겨우 오케이. <안녕, 형아>로 데뷔하는 임태형 감독은 “집, 학교, 병원이 주된 공간인데 특히 병원이 촬영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이제까지의 촬영과정을 설명했다.

잠시 뒤 병원 남문 입구에서 로비 중앙에 이르는 족히 50m가 넘는 거리에 레일이 깔린다. 김영호 촬영감독과 임 감독이 줌과 컷을 두고 상의하는 동안 분장을 마친 한이와 학교 친구 준태(조영관)는 문밖에서 병원 로비로 달릴 준비를 마친 상황. 드디어 단역배우들 사이를 헤치며 한이와 준태가 달린다. 인파를 헤치는 두 아이들 옆을 달리 위의 카메라가 평행으로 좇는다. 붐마이크맨도 마라톤 중계를 하듯 보조를 맞춘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힐리스로 쇼맨십을 보이는 박지빈. 그는 두 번째 테이크에서 동료 조영관에게 “너는 내 뒤에 따라오다가 왼쪽 문을 열고 뛰는 거야. 그래야 둘 다 잘 보여”라고 조언할 만큼 여유만만이다. “그런 걸 어떻게 바로 아는지 신통할 따름”이라고 임 감독이 혀를 내두르는 영민한 아역. 아이들의 10회 질주 끝에 중요한 모티브인 수통과 한이 얼굴 클로즈업 컷까지 모두 거둬들였다.

이날 모든 촬영분량을 마친 배종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데 감사하게 됐고, 실제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신중한 소감을 밝혔다. 조카들의 마음 아픈 실화를 시나리오로 재구성한 김은정 작가는 “외려 조카들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더 슬프게 썼을 것”이라며 인척간이라 이야기를 풀기가 더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90% 이상 촬영을 완료한 <안녕, 형아>는 4월 말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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