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다. ‘오! 부라더스’를 보고 들은 적 있는 이라면, 이 음반의 주인공이 ‘오! 부라더스’ 출신이란 사실에 아리아리할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라이브 클럽에서, 거리와 지하철역에서 1950∼60년대풍 로큰롤과 서프 음악으로 흥겨움과 명랑함의 포자를 퍼뜨려온 이들이 바로 ‘오! 부라더스’ 아닌가. 박하사탕 같은 키치함으로 인디신에서 화제를 뿌렸고,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에도 출연한 바 있는 밴드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저 ‘유쾌한 시대착오’의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았던 인물이 바로 이 음반의 주인공인 주현철, 아니 슬로우 쥰(Slow 6: ‘슬로우 식스’라고 읽으면 대략 난감해짐)이다. 솔로 데뷔작 <Grand A.M.>은 ‘오! 부라더스’ 시절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예명(藝名)과 음반 제목에서 홍익대 앞에 ‘서식’하는 청년의 이미지라든가 시에스타 레이블 계열의 이미지를 느꼈다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담백하고 자연스런 보컬은 아지랑이처럼 떠다니고,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와 가볍게 찰랑이는 리듬을 기본으로 더러 스트링, 플루트, 트럼펫 따위가 가미되는 파스텔톤의 사운드는 미풍처럼 흘러간다.
장르로는 인디 기타 팝으로, ‘족보’로는 1980년대 동아기획의 음악을 씨줄로, 1990년대 유럽과 미국 인디 팝과 시부야계 음악을 날줄로 엮으면 무리가 없다. ‘연상놀이’를 하자면 <아침>은 어떤 날이 오랜만에 모여 프로듀싱해준 음악 같고, <모노로그>는 불독맨션과 이승환이 ‘비교적 얌전한’ 잼(jam)을 벌인 음악 같으며, <Stupid Days>는 트래비스가 우정출연한 음악 같다. 그 밖에도 듣다 보면 줄리아 하트, 스위트피, 루시드 폴, 토마스 쿡, 스웨터, (데뷔 때의) 김현철 등이 머리 속에 명멸한다. ‘이 앨범으로 음악적 유년기를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슬로우 쥰의 말이 상징적인 건 그런 의미에서다.
이 음반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요인으로 신세철(스웨터)의 세련된 프로듀싱이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그는 ‘제2의 조동익’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섬세하고 빈틈없는 짜임새와 감각적인 프로듀싱을 선보이는데, 이는 음반의 주요 포인트로 보아도 무방하다. 고유의 색채나 선명한 인상의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음반이 기대치 않은 신선한 수확이란 점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