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시즈의 <에비에이터> 덕에 하워드 휴스가 다시 이야기되고 있다. <에비에이터>의 인물구도에서 드러나듯이 전성기의 휴스와 영화를 떼놓고 생각할 순 없다. 휴스는 <지옥의 천사들>을 데뷔작으로 준비하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두 존재, 즉 여배우와 비행기를 넣어뒀다. 단역 취급받던 진 할로가 주연으로 데뷔했으며, 1차 세계대전을 맞아 비행단에 복무하게 된 영국인 형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백만장자 휴스가 연출을 맡았기에 더 기억되는 영화가 <지옥의 천사들>이라면, 진정 당대 최고의 액션영화 대접을 받는 영화는 <강가 딘>이다. 루디야드 키플링의 한편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RKO가 제작한 <강가 딘>에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과 배우 외에 윌리엄 포크너까지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뮤지컬과 코미디 장르의 수작을 만들던 조지 스티븐스가 전성기에 연출한 <강가 딘>은 영국의 식민지 인도에서 벌어지는 액션 모험물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두 액션영화를 보면 심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인물과 관계에 대한 시선은 나이브하고, 전개는 느슨하며, 큰 줄기 밖의 이야기엔 섬세함이 부족하다. 적군과 식민지 사람을 사악하고 비열한 살인마와 포악한 야만인으로 묘사한 것이나 종교적 배타성에서 변하지 않는 미국인의 모습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두 영화의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이후 액션 모험물에 끼친 영향이다. <지옥의 천사들>의 대규모 폭파장면과 공중전, <강가 딘>의 계곡 전투장면 등은 더이상 보기 힘든 아날로그 액션의 진수이며, 단순명쾌한 인물과 아슬아슬한 전개 그리고 계속해서 출몰하는 장관들은 액션 어드벤처에 절대로 변하지 않을 성격을 부여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사내들의 세계다(남자 사이를 전전하거나 현실적인 삶에 연연하기에 무시되는 여자와 키플링의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에서 두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세계에서 여자를 지워버리는 사내가 혹시 불쾌했다면 그 시대를 탓하는 게 낫다). 적의 진지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두 형제와 우정을 위해 같은 길을 걷는 세 군인, 용기와 명예를 지닌 음료수 운반인 강가 딘은 바로 잊혀진 남자의 모습이다. 이상을 잃지 않은 그들에게서 경쾌함과 의연함과 관대함과 함께 진한 비장미마저 느껴지지 않는가.
음성해설과 다큐멘터리 등이 포함된 <강가 딘> DVD는 영화의 격에 어울린다. 반면 어떤 부록도 없는 <지옥의 천사들> DVD는 복원 작업에 능한 UCLA 필름아카이브의 결과물이란 데서 아쉬우나마 만족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