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비평릴레이] <공공의 적2>, 김소영 영화평론가
2005-02-01
글 :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검사-사학비리 짜릿한 단순 이분법, 아군도 적군도 아닌 여자는 그럼 뭐야!

몇 백만이 넘는 관객 동원을 위해선 두말할 나위 없이 여러 가지 영화적·비영화적 장치가 동원된다. <투캅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제 연작물의 행보를 내딛은 <공공의 적>만큼 그 동원 기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우선 사회적으로 공분할 만한 대상을 설정한다. 그 공공의 적에 대한 집단적 분노를 매표로 연결한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는 그 힘있고 못된 자에 대한 수사와 액션이 취해지고, 분풀이가 이루어지는 구조다.

전편 <공공의 적>의 공적은 펀드 매니저였다. 그 설정은 매우 절묘했다. 컴퓨터 자판 숫자 몇 개로 돈을 이리저리 움직여 기하급수적으로 팽창시키는 금융 자본의 마술사가 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자, 공공의 적이라는 플롯은 소위 글로벌 금융 자본의 위협을 받고 있는 IMF 위기 이후의 사회 분위기에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2편의 공적은 사학 재단의 젊은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다. 그는 사학 재단의 ‘사’를 매우 사적으로 해석해, 학교·체육관이나 부속 병원 등 모든 것을 팔아 사유화한다. 또 그것을 미국으로 반출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죽인다.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처벌받을 이유는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친다. 그러나 한상우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아버지는 갑작스런 심장 발작으로 죽음을 맞은 것이며, 형은 난데없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게다가 핑크빛 보따리에 싸 정치계에 바친 돈은, 미국으로 유출될 매각 자금을 세계화를 위한 자본으로 둔갑시킨다. 한상우는 젊고 유능한 글로벌 시대의 사업가로 미디어에 비쳐진다.

전편의 경찰 강철중은 여기서 서울지검의 검사 강철중(설경구)이 되어 돌아온다. 집요하면서도 피로로 지친 듯한 강력부 검사 역을 맡은 설경구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강철중과 한상우에게는 꼭 공적인 것만은 아닌 사감이 있으니 그것은 둘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데서 유래한다. 당시 강철중은 태생이 귀한 한상우가 집단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말하자면 ‘계급 적대’를 배웠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공공의 적2>는 공적 한상우와 그를 비호하는 세력 그리고 “우리” 진영으로 적군과 아군을 배치한다. 그러나 이 두 번째로 짠 ‘공공의 적’ 진영은 전편만큼 짜릿한 복수의 쾌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사학재단의 비리가 당대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아니지 않는가. 영화에서 거듭 강조되는 청렴하고 정의에 불타는 검사들에 대한 묘사는 ‘흠… 이거 내 돈 내고 검찰 홍보 영화를 보는 것 아냐?’ 하는 의심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여자들은 이 영화의 공공 영역이나 사적 영역에서 이런 저런 핑계로 죄다 빠져있다. 부장 검사의 아내는 남편의 ‘박봉’과 격무를 견디지 못해 시골에 내려가 있기 때문에 전혀 영화에 등장하지 않고, 그런 생활을 지켜본 강철중은 아예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다. 한상우의 아내는 미국교포이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다. 이 남자들만이 서로 치고받아, 적이 되고 친구가 되는 ‘공공의 세계’. 여자들이 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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