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마틸다, 진짜 어른이 된 거니? <클로저>의 내털리 포트먼
2005-02-0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올모스트 훼이모스>의 감독 카메론 크로는 내털리 포트먼을 캐스팅했다면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게 되었을 거라고 말했다. “포트먼이 출연했다면 그루피족인 페니 레인은 아이 같고 순수해서 모두가 보호하려는 여자였을 거다. 하지만 허드슨이 연기한 페니는 뭔가 과거가 있는 듯하다.” 크로는 결국 포트먼보다 나중에 오디션을 본 허드슨을 캐스팅했다. 조그맣고 앳된 포트먼은 이처럼 언제나 외모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다. <레옹>에 출연한 열두살 때도, 스물셋이 된 지금도, 그녀는 십대 후반에 고정돼 있는 듯하고,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판타지 같은 존재로 머물렀다. 그녀를 욕망하는 <클로저>의 두 남자는 그녀가 얼마나 어린지를 자주 입에 올린다.

포트먼은 <클로저>의 감독인 마이크 니콜스와 연극 <갈매기>를 공연한 적이 있다. 섹스신과 어두운 정조 때문에 <롤리타>와 <아이스 스톰>을 거절했던 포트먼은 이번에는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누드를 찍었다. 그녀가 연기한 알리스는 뉴욕에서 런던으로 날아온 스트립댄서.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믿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알리스는 말없이 그를 떠나 스트립클럽에서 춤을 추고, 연적이 버린 남자를 맞아, 그가 주는 지폐를 허벅지에 찔러넣는다. 니콜스는 영화를 모두 찍은 뒤에 포트먼이 처음으로 찍은 전신 누드를 삭제했다. 반드시 필요한 장면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알리스는 지금까지 포트먼이 연기한 소녀들과 달리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알 수 없을 그늘을 겪어본 듯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포트먼은 막 어른이 되려는 걸까.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어른으로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내가 섹스신을 찍는다면 그건 섹스에 대한 내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포트먼은 지나치게 반듯하고 영리해서 또래 배우들이 내뿜는 폭풍 같은 에너지를 아끼는 편이다. “친구들이 처음 마약을 시작할 무렵 나는 어른들과 영화를 찍고 있었다. 내 주변의 어른들은 내가 보는 데선 마약이나 담배를 하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피자가게에서 발탁돼 11살 때부터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선 포트먼은 절제된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고기를 먹지 않고, 피어싱도 해본 적 없고, 알코올 같은 기호품을 비롯해 어떤 약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마돈나풍으로 꾸며 입은 <레옹>을 제외하면 그녀는 외모가 아니라 영혼이 되바라진 아이였다. <뷰티풀 걸> <노블리> <콜드 마운틴>의 포트먼은 소박하게 살면서도 어른처럼 의연하게 고난을 맞받아치곤 했다.

“언제까지 연기를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하버드 졸업생 포트먼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스모커>와 이스라엘 감독 아모스 기타이의 <프리 존>을 앞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포트먼 아버지의 나라. 네살 때 떠나온 모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헤브루대학에서 공부하면서도 칸영화제 단골손님 기타이의 영화에 출연하는 실속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배우가 되기보다 영리한 사람이 되고 싶다지만, 많은 이들이, 영리한 배우로서의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사진제공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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