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쉘 위 댄스? 뮤지컬영화제, 2/18부터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 상영
2005-02-16
글 : 김혜리
시네마테크 부산, 2월18일부터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영화 16편 상영
<스타 탄생>

서부극과 더불어 뮤지컬은 관 뚜껑에 못까지 박힌 장르라고 내심 다들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뮤지컬영화의 명맥을 이은 디즈니 장편애니메이션까지 고갈의 조짐을 보이자 소생 가망은 더욱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오랜 주술은 강력했다. <에비타>(1996)와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1996)가 ‘신기한 시도’로 시선을 끌더니 <어둠 속의 댄서>(2000), <헤드윅>(2001)이 젊은 영화팬의 주목을 받았고 <물랑루즈>(2001)는 ‘레드 커튼 시네마’라는 개념까지 소개했다. 곧이어 <시카고>(2002)가 오스카를 제패했고 같은 해 <8마일> 같은 지혜로운 변용도 등장했다.

음악이 드라마의 흐름을 깨는 영화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던 시대도 어느덧 끝나고 이제 그같은 단절과 불연속성을 유희로 받아들이는 세대의 관객이 등장한 덕분일까. 유능한 감독들이 언젠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로 뮤지컬을 꼽는 것도 여전하다. 올겨울 개봉한 <오페라의 유령>도 나름의 관객을 확보한 이즈음, 이 질긴 매혹의 원천을 돌아보는 것도 뜻있는 일일 터. 시네마테크 부산이 2월18일부터 3월6일까지 여는 ‘음악과 로맨스의 오케스트라-뮤지컬영화제’는 좋은 기회를 선사한다. 이번 행사의 상영작은 할리우드 고전기에 박스오피스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뮤지컬영화 16편.

<쉘부르의 우산>

<오즈의 마법사>(1939, 112분)는 뮤지컬 장르를 초월해 할리우드 내러티브영화에 탐구심을 품은 관객이라면 한번쯤 거쳐갈 만한 원형적 작품. 캔자스의 폭풍에 휘말려 하늘을 나는 도로시네 집 창문은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보인다.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1944, 113분)는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뉴욕으로 이사하려는 아버지의 결정에 동요하는 세인트 루이스 대가족의 이야기. 이웃 총각들과 사랑에 빠진 장녀와 차녀, 나고 자란 동네에 공상의 세계를 건설한 막내는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우리가 익히 아는 뮤지컬마냥 눈부신 세계와는 자못 다른 뮤지컬의 히스테리컬한 속성을 잘 드러낸 걸작. 근친애에 가까운 가족의 유대, 어린 소녀들의 엽기적 상상, 결혼적령기 처녀들의 조바심은, 노래와 춤이 터져나올 때까지 공기 중의 긴장과 압력을 높인다.

미넬리의 또 다른 걸작 <밴드 웨건>(1953, 111분)은 영락한 할리우드 스타 프레드 아스테어가 브로드웨이로 건너와 발레리나 시드 채리스와 짝지어 예술적 야심을 다시 꽃피운다는 스토리의 백 스테이지 뮤지컬. “나는 니진스키도, 말론 브랜도도 아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내일 뿐이다”라고 외치는 아스테어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Shine on Your Shoes> <Dancing in the Dark>의 ‘공연’을 숨죽여 기대할 것. 콜레트의 단편을 각색한 <지지>(1958, 119분)는 사교계의 약육강식 풍토에 젖은 파리의 바람둥이가 순수한 소녀를 만나 신성한 결혼의 맹세에 포섭되기까지를 그린다. 인상적인 노래는 적지만 세실 비튼의 프로덕션디자인과 의상이 ‘과잉’의 미학을 유감없이 전시한다.

<파리의 미국인>

뮤지컬은 어떤 장르보다 감독 이외의 스탭- 안무가, 작곡가, 디자이너- 의 집단작업이 중요한 장르인 동시에 배우의 작가주의를 논하기 좋은 장르다. 조지 쿠커 감독의 <스타 탄생>(1954)은 뮤지컬의 ‘작가’로 불려도 손색없는 스타 주디 갤런드가 4년의 침묵 끝에 쏘아올린 마지막 불꽃같은 영화. 무명 가수로서 우연히 스타 노먼에게 발탁되어 명성을 얻지만, 그 때문에 다시 불행해지는 주인공 에스더의 행로가, 주디 갤런드가 말년에 겪은 비운과 묘한 대구를 이룬다. 181분짜리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압도적으로 미국적인 뮤지컬의 역사에 프랑스인의 숨결을 남긴 자크 드미 감독과 미셸 르그랑 콤비의 <로슈포르의 여인들>(1967, 125분)도 <쉘부르의 우산>과 나란히 걸린다. 로슈포르시에서 무용과 피아노를 가르치는 델핀과 솔랑쥬 자매가 외지에서 온 두 남자와 사랑을 꿈꾸는 이야기. 진 켈리가 카메오 출연한다. 상영작 가운데 <EBS> 등 TV로 소개된 작품이 적지 않지만, 뮤지컬 특유의 호화로운 미장센과 액션, 음향의 파워는 스크린에서 제대로 활개를 펼 것이다.

음악과 춤, 로맨스의 오케스트라 ‘뮤지컬영화제’

주최: 시네마테크 부산
일정: 2월18일(금)∼3월6일(일)
장소: 시네마테크 부산
후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관람료: 6천원
예매 및 문의: 시네마테크 부산 사무국(051-742-5377, 051-742-5477), http://cinema.pif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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