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감독 중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스코시즈는 지금까지 오스카 감독상 부문에 다섯번 노미네이트되어 단 한번도 상을 타지 못했다. <갱스 오브 뉴욕>으로 수상이 유력시됐던 2003년에도 미라맥스의 과도한 캠페인이 거부감을 사는 바람에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는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에비에이터>를 본 관객은 동시에 “올해야말로 드디어 스코시즈의 차례”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클래식 할리우드 스타일로 재현한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 만들기의 최상급 기교를 원없이 과시하는 촬영과 편집, 외로운 내면을 지닌 거물 주인공까지. <에비에이터>는 오스카상 취향에 맞춰 주문 제작된 듯한 대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카 시상식이 다가옴에 따라 애초의 낙관은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오스카에 앞서 발표되는 각종 영화상 감독부문에서 스코시즈가 수상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스코시즈를 위협하고 있는 라이벌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이스트우드는 뉴욕비평가협회 감독상과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가져간 데 이어 1월29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57회 감독조합상을 차지했다. 이스트우드가 차지한 감독조합상을 놓고 겨룬 후보는 스코시즈를 비롯해 <레이>의 테일러 핵포드,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그리고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마크 포스터. 포스터를 제외하면 오스카 후보 지명자들과 동일한 경쟁자들이다. 역사상 감독조합상 수상자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는 여섯 차례에 불과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로서는 오스카의 인정을 받은 적이 없으나 1992년 연출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감독상 후보 지명은 이번이 네 번째. 과연 마틴 스코시즈는 다섯 번째 도전에서 영화계의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오명과 불운을 벗을 수 있을까. 결과는 현지시간 2월27일 오스카 시상식 막바지에나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