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온 2월18일(금) 오후 5시30분
린타로 감독은 여러 방면으로 일본과 미국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스타일을 강조하는 연출력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린타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독특한 연출기법을 확립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중 하나는 미국에 비해 적은 수의 셀을 사용하는 일본식 제작시스템의 약점을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재창조하는 기법일 것이다. <메트로폴리스>는 일본 만화의 거인이라 할 수 있는 데즈카 오사무 원작을 린타로 감독이 리메이크한 것이다.
거대 도시국가 메트로폴리스에서 진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라트’의 완성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실권자 레드 공이 한창 연설을 하는 중에 레드 공의 양자 록이 행사의 담당자를 사살한다. 한편 레드 공은 로봇 실험 탓에 국제적으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로튼 박사에게 로봇 티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상태. 한 사립탐정이 조카 켄이치와 함께 로튼을 찾으러 메트로폴리스에 나타난다. 그런데 록은 티마의 탄생을 반대하며 박사의 연구소를 불태워버린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하게 된 켄이치는 티마를 구출해 함께 도망친다.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은 철학적 주제에 대중적인 이야기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걸작으로 추앙받은 바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 속 메시지는 패전이라는 상처를 겪은 일본인에게 이중적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아픈 상처를 되돌아보고, 만화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얻는 것이다. 게다가 메트로폴리스로 상징되는 공간은 초국가적 규모와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데즈카 오사무가 강조했던 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을 작품에서 재차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2001년에 탄생한 <메트로폴리스>의 스탭진은 화려하다. <은하철도 999>의 린타로, <아키라>의 오토모 가쓰히로가 참여했다. <메트로폴리스>의 줄거리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학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에 근접하는 로봇 티마, 그리고 켄이치의 만남은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넌 누구니?”라는 질문에 티마는 “넌 누구니? 난 누구지?”라며 답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어린 로봇에 관한 에피소드는 원작자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탓에 특유의 서정성을 띤다. 제작진은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인 메트로폴리스의 가상공간을, 3D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을 하나로 결합해 만들어냈는데 작품에서 서늘하게 눈이 내리는 장면은 백미라 할 만하다. 린타로는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 시리즈를 만들었으며 <환마대전> <알렉산더 전기> 등을 만들었다. TV시리즈와 OVA 그리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에서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작업방식을 고수하는 장인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