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죽은 소녀가 부르는 슬픈 노래, <여고괴담4: 목소리> 촬영현장
2005-02-18
글 : 박혜명
사진 : 오계옥
호러 프랜차이즈 <여고괴담4: 목소리> 촬영현장

한창 겨울잠에 빠져 있어야 할 구리시 수택고등학교 안. 1층 음악실만 부산하다. 지은 지 2년 된 건물답게 음악실도 최신식이다. 천장엔 고른 온기를 뿜는 냉난방기가, 강당식의 내부엔 드럼과 앰프 따위가 있다. 체리빛의 마감자재가 아늑함도 준다. 한반을 구성하는 서른명의 학생들, 스무명 내외의 스탭들이 자리잡은 이곳에 열명가량의 기자들이 들어서자 잠시 술렁임이 일어난다.

<여고괴담4: 목소리>가 공개한 촬영분량은 죽은 영언의 음악시간 회상장면이다. 사고로 목을 다쳐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음악선생 희연(김서형)이 “대신 노래해줄 사람 없어?”라고 묻고, 영언(김옥빈)은 단짝 친구 선민(서지혜)의 쾌활한 추천을 받아 마지못해 나선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죽은 영언의 눈물 그렁한 모습까지가 이날 찍을 16컷 분량이다. 웬만해선 테이크를 두세번에 끊는 최익환 감독이지만,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통처럼 돼버린 신인배우들과의 작업엔 충분한 여유를 둔다. 포털사이트 ‘얼짱’ 출신인 김옥빈이 복잡한 표정 연기와 적절한 프레임인 위치를 둘 다 놓쳤다. 세번의 테스트 뒤, 감독은 “더 장난스럽게 해보자”, “좀더 민망하게 해봐”, “선민이를 너무 오래 쳐다봤어”라고 지시를 바꾸며 이례적으로 네번 테이크를 간다. 감독의 침착함에 신인배우도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다.

이곳이 여타 현장들에 비해 움직이기 편하다는 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촬영을 좇다보면 금방 알게 된다. 열지은 책상들 사이를 누비는 카메라와 무대 구석의 모니터를 빼면 동선을 방해하는 장비들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조명기구가 실외로 빠져 있다. ‘키조명은 반드시 외부에서 들어온다’는 원칙 때문. “전기도 더 많이 쓰고 스탭 입장에선 고생스럽지만” 조명에 깊이를 부여할 수 있다. 디테일을 강조하기 위한 낮은 심도의 촬영도 감독의 원칙이다. “원칙을 세우면 현실적으로 촬영이 용이해지고 배우들에게 좀더 많은 걸 열어줄 수 있다.” 120신에 1천컷 이상을 찍고 있지만 이런 원칙만 상호합의되면 우발적인 문제로 촬영이 지연될 일은 많지 않다고 감독은 덧붙인다. 영언이 노래하는 컷을 위한 세팅이 끝났다. 뽀얀 스모그가 잦아들자 소녀의 미성이 담긴 스페인어 <로망스>가 흘러나온다. 앞쪽에선 배우가 “하루 연습한” 노래를 테이프에 맞춰 부르고 뒤쪽에선 카메라가 레일 위를 구른다. 테이프 속의 목소리와 슬픈 선율에 모두가 홀린다. 영언의 노래에 반하는 희연과 아이들처럼. 반응을 보여야 할 일부 학생들마저 제 역할을 잊고 말았다. 감독은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NG 사인을 냈다.

<여고괴담4: 목소리>는 죽은 아이의 시점과 산 아이의 시점이 교차되는 공포영화다. “귀신이 된 영언이 살아 있는 선민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목소리를 어떤 소리로 표현할 것인가, 영언이 경험하는 과거에 어떤 시각적 효과를 입힐 것인가” 등이 감독의 기술적 고민이다. 사운드와 CG를 위한 후반작업 기간이 3개월. 12월 말 크랭크인해 50% 촬영을 마친 <여고괴담4: 목소리>는 겨울방학 전에 학교 촬영분량을 마치면 파주스튜디오에서 3월 말 크랭크업한다. 개봉은 아이들의 여름방학보다 조금 이른 7월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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