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휴즈와 조지 부시의 같은 점. 둘 다 석유 유전지대가 부의 원천이다. 게다가 둘 다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그런 다음 둘 다 고향을 떠났다. 둘 다 입버릇처럼 “기억하라,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다만 조지 부시는 그 말을 우리를 향해서 하고, 하워드 휴즈는 그 말을 자기를 향해서 한다. 다른 점. 조지 부시는 워싱턴으로 갔고, 하워드 휴즈는 할리우드로 갔다. 조지 부시의 사생활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워드 휴즈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의 염문을 수없이 뿌렸다. 조지 부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화씨 9/11>)에는 깐느가 관심을 보였고(황금종려상 수상), 하워드 휴즈를 소재로 한 영화에는 아카데미가 관심(올해 작품상을 포함해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림)이 있다. 유머처럼 느껴지는 동시대성을 불러일으키는 마틴 스콜시즈의 <에비에이터>는 그가 가장 잘 하는 장르인 전기영화로 돌아와 하워드 휴즈의 1927년에서 1947년까지를 따라간다. 그러나 이 전기가 이상한 것은 하워드 휴즈가 그 이후에도 더 살아서 1976년에야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에비에이터>는 하워드 휴즈의 22살에서 42살까지의 기록이다.
마틴 스코시즈 아메리칸 드림 ‘부자 버전’
먼길 돌아온 소년, 구원한 이는 디캐프리오
물론 이 영화가 교과서로 삼은 것은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이다. 케인은 마지막 순간 어린 시절의 썰매 ‘로즈버드’(장미 봉우리)를 떠올리고, 하워드 휴즈(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어린 시절 이후 내내 ‘쿼런틴’(검역)이라는 말을 잊지 못한다. 둘 다 어머니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다. 영화는 여기서 시작해서 먼길을 돌아온 다음 다시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오손 웰즈에 대한 오마주는 거기까지이다. 그런 다음 마틴 스콜시즈는 하워드 휴즈를 케인이 아니라 트래비스 비클(<택시 드라이버>)이나 제이크 라 모타(<분노의 주먹>)에 더 가까운 인물로 그린다. 백만장자이자, 영화제작자이며, 감독이자, 발명가이며, ‘비행사’이자, TWA 항공사 회장인 하워드 휴즈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지만 멈추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다음 자기 파멸의 길로 스스로 뛰어든다. 차례로 주변 사람들은 떠나가고, 활기 찬 분위기는 점점 음울한 지옥으로 끌려 들어간다.
물론 이제 남은 것은 구원이다. 그러나 마틴 스콜세지는 이상한 우회의 방식을 택한다. 하워드 휴즈는 여기서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소년처럼 보인다. 그는 수많은 실패 이후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그런 다음에도 꿈을 잃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여자들, 특히 캐서린 헵번과 에바 가드너는 연인이라기보다는 어머니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걸 연기한다기보다는 차라리 체현하는 육신으로서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소년성의 아이콘이다. 소년은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마침내 승리한다. 그 절정을 이루는 청문회 장면은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를 연상케 하며, 마지막 장면은 ‘비행사’ 하워드의 성공적인 이륙을 보여준다. 하워드 휴즈를 구원하는 것은 그의 소년 같은 순수함과 유치함이다. 해피엔딩? 그러나 ‘찍지 않은’ 전기의 후반부에서 하워드를 기다리는 삶은 밀실에 스스로를 감금하고 살아간 유폐에 가까운 지옥이다. 하워드는 중얼거린다. “미국의 꿈.” 마틴 스콜시즈의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가난한 자’의 버전 <갱스 오브 뉴욕>을 거울에 비친 듯한 ‘부자’ 버전 <에비에이터>는 둘 다 ‘미국 소년’의 꿈에 관한 영화이다. 그 꿈은 실현되지 않을 때 비극이 되지만, 그것이 실현된 때에는 악몽이 된다. 비누 거품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 하워드 휴즈, 그 거품 같은 꿈. 혹은 미국이라는 거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