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2억 8천만 불을 둘러싼 유쾌한 대박 전쟁, <나인 야드 2>
2005-02-22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전설적인 킬러와 겁 많은 치과의사,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 또 한번 모험을 시작한다.

유명한 킬러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은 치과의사 오즈(매튜 페리)와 함께 갱단보스 야니 고골락을 살해하고 조직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4년 뒤, 야니의 아버지 라즐로(케빈 폴락)가 복수를 다짐하면서 감옥에서 나온다. 라즐로는 지미를 찾아내기 위해 지미의 전처이자 오즈의 아내인 신시아를 유괴하고, 지미에게 도움을 청하러 떠난 오즈의 뒤를 쫓아간다. 지미는 그 사이 킬러 지망생인 아내 질에게 잔소리나 퍼붓고 가사에만 몰두하는 별볼일 없는 남자가 되어 있다. “너 살자고 나 죽을 수 없다”면서 매몰차게 외면하는 지미. 그는 은신처를 습격해온 라즐로 일당을 피해 하는 수 없이 질과 오즈와 달아나지만, 뭔가 생각해둔 계획이 있는 듯하다.

<나인 야드2>는 4년 만에 제작된 <나인 야드>의 속편이다. 그사이 아기자기한 굴곡과 반전을 잊었다고 해도 음각과 양각처럼 서로를 채워주던 두명의 남자는 잊지 못했을 것이다. 지미와 오즈 혹은 브루스 윌리스와 매튜 페리. 스포츠영화치고는 지나치게 기운이 없는 <리플레이스먼트>를 만들었던 감독 하워드 도이치는 느긋하게 냉소를 던지는 브루스 윌리스와 온몸으로 소심한 기운을 발산하는 매튜 페리만 있다면 괜찮은 코미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감독과 작가를 교체한 <나인 야드2>는 이미 죽은 야니 역의 케빈 폴락까지 그 아버지 역으로 데려오고서도 대단한 실패작이 되었다.

<나인 야드 2>는 그때 그 남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평범한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소심한 치과의사 오즈는 갱단을 털고 나서 터프한 사나이가 되었을까, 스물두명을 살해한 킬러는 제자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 여인을 만나 행복했을까. 그리고 기대를 뒤엎는다. 오즈는 다시 돌아올 갱단을 경계하느라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고, 지미는 청소와 요리에 빠져서 성욕마저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뒤엔 아무것도 없다. 오즈와 지미와 질과 신시아가 살아남아 고골락 갱단의 마지막 재산을 털 수 있었던 건 오직 갱단이 그들보다도 멍청하기 때문이다. 음모는 허술하고 반전은 반전이라 부르기가 부끄럽다. <나인 야드2>는 전편의 에필로그 정도 되는 설정을 무리하게 늘려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나인 야드2>는 안정효의 소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읽은 이들이라면 오래전에 깨달았을 명제를 다시 한번 새기도록 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주인공들의 안부는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아쉬워하면서 뒤돌아보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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