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27일 열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후보작들의 흥행성적과 TV시청률 사이의 함수관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에 따르면, 이번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 5편은 흥행성적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근래 들어 가장 부진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에비에이터> <사이드웨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레이> 등 올해 작품상 후보작 5편이 동원한 관객 수는 모두 5100만명으로, <아마데우스>가 상을 받던 20년 전의 4100만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5년 동안 후보작들이 동원한 총관객 수가 1억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후보작 중 1억달러 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15년 만에 처음이다. 5편 중 가장 성적이 나은 <에비에이터>의 박스오피스는 9천만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5편이 시상식 1주일 전에 올린 미국 박스오피스 수익 3억1500만달러도 지난해의 6억9500만달러와 큰 대조를 이룬다.
이같은 수치에 가장 민감한 쪽은 이 행사를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다. 작품상 후보작의 흥행성적이 시상식 중계방송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시청률은 근래 들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 두번의 큰 예외가 있었다. 그 하나는 시상식 전까지 미국에서 5억달러를 거뒀던 <타이타닉>이 11개의 트로피를 쓸어간 1998년으로, 시청률은 무려 37%에 이르렀다. 3억7700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11개 부문을 석권한 지난해의 시청률도 4년 만에 최고였다. 결국 시청자들은 자신이 본 영화가 상받는 장면을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한다는 얘기. 아카데미의 책임감독 브루스 데이비스는 “시청자를 TV 앞으로 이끄는 것은 작품상 경쟁을 선도하는 엄청난 흥행작 한편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터득했다”며 “이번에는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이 없다. 우리가 이를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반응은 운영예산의 95%를 시상식 중계권료에 의존하고 있는 아카데미로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최근 몇년 동안 오스카가 흥행작에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당분간 시청률보다는 트로피의 권위에 관해 고민하는 쪽이 아카데미의 미래를 위해서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오스카 시상식의 역대 최고 시청률은 1954년의 82%(5500만명)였고, 최저는 2003년의 20.4%였다.